[삶의 향기] 저를 용서해 주세요

등록날짜 [ 2021-10-13 14:31:18 ]

잘못했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마음의 상처가 낫길 원합니다



어렸을 적 동생을 종종 때렸다는 말을 어머니에게 듣곤 했습니다. 혼자 정의감에 불탔는지 잘난 척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촌동생이나 조카가 잘못했을 때도 따끔하게 야단치면서 엄하게 대했습니다. 얼마 전 가정을 이룬 조카는 삼촌에게 무섭게 혼난 기억이 있는지 다 커서도 다소 사이가 서먹서먹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벌인 일들을 내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기억이 나야 무슨 이유에서 혼냈다고 설명하거나, “그때는 내가 너무 심했으니 잘못했다”고 변명이라도 하면서 용서를 구하겠는데, 참 어려운 일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우리가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습니다.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사람의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함이니라”(약1:19~20). 성내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읽고 설교 말씀을 들어도 그때뿐이고, 주먹만 휘두르지 않을 뿐 서로 간에 말로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성낸 사람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항상 문제입니다. 기억이 나야 회개하고 죄를 씻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성령에 의지해 죄를 회개합니다. 생각나지 않는 죄도 회개하고, 모르게 지은 죄도 회개하고, 나도 모르게 지은 죄도 회개합니다. 천국은 죄를 가지고는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회개하게 하심이 감사합니다.


너무나 늦었지만 어려서부터 그동안 살아오면서 지은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설령 상대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상처받지 않도록 잘 달래고 타일렀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동생들이나 조카에게 “그 당시 나도 어렸고 나무라는 방법을 모른 채 바로잡겠다는 욕심만 앞선 탓”이었다며 사과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계도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지금은 누군가의 잘못을 보아도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며 어물쩍 넘어가거나 ‘알려 주면 싫어할 텐데’라면서 피합니다. ‘그런 잘못을 하는 사람이라면 충고도 안 듣겠지’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군가를 올바르게 인도하려던 사랑이 예전에는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해 부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로든 저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무슨 변명도 필요 없는 제 잘못이니 용서해 주시고 마음의 상처를 씻기 원합니다. 혹시라도 제 언행심사로 인해 마음이 상한 분들도 제 잘못을 용서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마6:12~14).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처럼 부족한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오태영 안수집사

교회복지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71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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