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04-05 15:54:59 ]
4년 전.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회’를 마친 6월, 당시에도 남동생의 신앙을 위해 애타게 기도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다가 오산 근무지로 발령받으면서 조금씩 주님과 멀어지고 있던 동생.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한창인 나이에 승승장구하면서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신앙적인 눈으로 볼 때마다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그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듯 6월인데도 벌써 날씨가 후끈거려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순간 울리는 전화벨 소리! 동생이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지금 병원에 있는데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뒤차가 과속으로 동생 차를 들이받았고, 앞으로 떠밀린 동생이 다시 전방의 차를 들이받아 7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크게 다쳤다는 것이었다. 당시 동생은 목 디스크와 엉덩이에 심한 골절상을 입었고 손에도 깁스를 하는 등 위험한 상태였다.
설상가상 다음날 정밀검사를 받던 중 동생은 담당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목 쪽에 CT 촬영을 했는데 아무래도 암세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게…” 설마. 아니겠지. 낙관하려고 했으나 순천향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본 결과, 동생은 “갑상선과 임파선에 이미 암이 많이 퍼져 말기에 접어든 상태”라는 비관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겨우 수술은 가능하다고 해서 며칠 후 9시간 동안 대수술을 받았고 오른쪽 갑상선과 임파선을 제거해야만 했다. 이어 반년 동안 이어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결국 다음 해 1월 다시 대수술을 받으며 동생은 왼쪽 임파선까지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일 나이에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교통사고만 해도 황당한 일인데 암이라니. 누나인 나도 마음이 찢어질 듯한데, 동생의 고통은 어떠할지 상상할 수 없었다. “믿어도 되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동생의 한탄에 뭐라고 위로해 줄 수도 없어 그저 동생의 마음을 받아주고 뒤에서 기도해 줄 수밖에 없었다.
동생 완치하기까지 매해 작정기도
그해도 어김없이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회’ 기간이 찾아왔다. 동생의 건강과 신앙 회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진실하게 기도했다. 마태복음 8장에 등장하는 백부장이 하인을 고쳐달라고 예수님께 바란 것처럼, ‘동생이 아파서 교회에 오지 못하고, 믿음이 없어 기도하지 못하지만, 백부장의 믿음으로 구하오니 이 누이의 기도를 들으시고 고쳐달라’며 주님께 애타게 간구했다. 무엇보다 매해 작정기도회 기간에는 연세가족 모두가 함께 기도하고 서로 병 낫기를 중보기도하며 믿음의 역사가 크지 않던가(약5:16). 내가 속한 여전도회와 교구 그리고 동생을 섬기는 청년회에서도 마음을 모아 주님이 일하시도록 함께 기도했다.
그 기도 응답으로 다음 해인 2020년부터 희망적인 소식이 이어졌다. 암이 더는 전이되지 않았고 각종 검사 수치도 좋게 나왔다. 동생의 얼굴도 한결 밝아졌다. 그해 진행된 작정기도회 때도 연세가족들과 합심해 동생을 위해 기도했다. 항상 기도는 해왔으나, 작정기도회 기간에는 더 집중해 기도할 수 있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건강을 회복하던 중 담임목사님 설교 말씀을 방송으로 다시 듣던 동생은 “병상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니 교통사고가 아니었다면 암 병에 걸린 지도 모른 채 죽었을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발견하게 하시고 고쳐주신 것도 인정하며 그동안 누나가 기도해 주어 고맙다”며 내게 쑥스러운 듯 감사를 전했다. 동생은 오랜 치료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했다.
돌아보면 작정기도회가 있었기에 평소보다 집중해 기도하며 더 큰 치유와 응답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여전히 조심해야 하는 상태지만 동생은 건강과 신앙을 회복하는 중이고, 원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다시 출근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 몇 달 전부터 내근직으로 일하고 있다. 또 근무지가 동탄연세중앙교회와 가까운 덕분에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기도하러 가고 예배드리러 갈 수 있다. 내가 구한 것보다 더 큰 것을 응답해 주시는 주님께 무엇으로 다 감사하랴.
올해 작정기도회도 소망이 넘친다. 동생이 신앙을 완전히 회복해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스스로 간증하기를 바란다. 작정기도회 때 더 큰 응답이 있고 은혜가 있다. 올해도 작정기도회를 앞두고 큰 응답을 기대하는 중이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윤정은
72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74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