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10-05 10:52:04 ]
지난해부터 우리 교회에서는 ‘헌혈의 날’을 마련해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단체 헌혈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헌혈할 수 있는 나이가 차지 않아 동참하지 못했으나, 헌혈하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에 헌혈할 수 있는 ‘만(滿) 나이’가 되자마자 헌혈행사에 바로 참여했다.
그런데 기쁜 마음으로 헌혈버스에 오른 것과 달리, 헌혈을 마치고 일어나자 눈앞이 핑 돌면서 그 자리에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침대에 다시 누워 물을 마시고, 한참을 누워 있은 후에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옆에서 나를 챙겨 주던 간호사께서 내게 ‘혈관미주신경성실신’ 증세가 있다면서, 혈류량이 줄어들면 일시적으로 실신할 수 있으니 헌혈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셨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피 검사를 위해 피를 조금만 뽑아도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주사 맞는 일을 꺼리기도 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증상이 사라지곤 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헌혈에 나선 것이었다.
몇 달 후 교회에서 다시 ‘헌혈의 날’ 행사를 한다는 광고를 들었다. 그런데 내 안에서 또 헌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예수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구원받은 우리가 헌혈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교회에서 진행하는 주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겨 동참해 줄 것”을 담임목사님께서 애타게 당부하신데다 헌혈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담임목사님께서는 ‘신부의 믿음’에 관한 설교 말씀을 자주 전하셨는데 “마지막 때에는 단순히 천국 갈 믿음 이상의 순교할 믿음을 가져야 한다”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순교에 비하면 잠깐 어지럼을 겪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또 작은 일부터 충성해야 주님께서 큰일을 맡겨 주신다는 말씀(마25:21)이 내게 이뤄져, 헌혈이라는 작은 일부터 주의 사역에 동참해 훗날 주님의 큰일도 맡아 하리라는 포부가 넘쳤다.
더군다나 헌혈 자체가 정말 귀한 일이기에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인 나로서는 아직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아픈 사람을 본 적도 없고, 환우와 그 가족들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는 헌혈로 인해 한 사람의 생명이 살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부터 헌혈을 하는 데 몸에 무리가 없도록 하나님께 기도했다. 아무리 내가 별일 아니라고 여겨 헌혈을 강행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면 주님께서도 기뻐하지 않으실 것이고 주님께서 주신 건강으로 헌혈을 무사히 마치면 더 은혜로우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바로 응답해 주셨다. 헌혈행사 당일, 간단한 검사를 마친 후 헌혈을 했는데 이번에는 쓰러지지 않고 곧장 일어나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몇 달 사이 나를 더 건강하게 하신 분은 분명히 우리 주님이심을 고백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넘쳤다.
주님이 건강을 주셨으니 오는 10월 15일에 열리는 ‘헌혈의 날’에도 참여하려고 한다. 주님 사랑을 나누는 일에 나와 우리 가족, 우리 교회를 사용하실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위 글은 교회신문 <76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