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11-03 16:40:02 ]
몇 달 전 경기도 시흥에서 살다가 교회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됐다. 돌아보면 교회 가까이로 이사 오게 된 것은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 때문이었다.
둘째의 출산 예정일이 올 초 3월이어서 머릿속으로 출산과 관련한 계획을 착착 세워 나갔다. ‘방학 기간인 1월과 2월을 보낸 후 3월 초에 출산 휴가를 내면 되겠지? 아파트 청약 신청한 것도 마침 당첨됐으니 출산 전에 계약까지 다 해 놓으면 참 좋으리라!’ 출산 후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리라 생각하며, 내가 세워 둔 계획이 하나둘 이뤄지는 것을 꿈꾸며 흐뭇해하곤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3월에 나오기로 한 둘째 아이가 예상보다 더 빨리 태어났다. 아이를 조산하면서 내가 세워 둔 계획 역시 모두 어그러졌다. 출산 휴가 일정도 틀어지고, 남편 역시 이모저모 바쁜 데다 나는 나대로 몸조리하느라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 아파트 청약의 기회도 포기해야 한 것이다.
둘째가 우리 가정에 태어난 게 기쁜 일인데도 마음 한편으로는 좌절감을 겪어야 했다. 몸조리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생각이 꼬여만 갔다. ‘왜 내가 계획한 대로 안 되었을까. 자녀에게 풍족한 것을 주고 싶은 거…. 부모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고, 이게 뭐 큰 잘못도 아닌데.’ 내심 ‘하나님께서 내 계획을 막으셨나’라는 애먼 마음까지 들면서 속상한 마음을 어디다 토로할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주님 보시기에도 너무나 딱했나 보다. 하루는 하나님께서 물음표 가득한 내 마음에 세밀하게 감동하시는 바가 있었다.
‘현진아! 기도가 가장 큰 재산이란다!’
이게 무슨 말인가. 기도가 재산이라니! 곧이어 하나님께서 큰 깨달음을 주셨는데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 계획이나 생각대로 인생이 흘러갈 것이라고 여긴 것이 큰 교만이었음을 바로 안 것이다. 내가 조산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의 계획은 하나님의 손안에 있는데, 모든 발걸음 하나하나가 하나님 안에 있는 것인데 그것을 내 힘으로 통제하려 했다는 어리석음을 깨달으며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회개했다. 자녀를 위해 기도하지 못한 지난날도 무척 후회스러웠다.
이후 물질적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교회 근처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녀에게 풍족한 환경을 줄 게 아니라, 부모로서 기도해 하나님의 기도 응답을 물려주어야겠다는 감동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요즘은 오전마다 교회에 와서 기도하는데 마음이 얼마나 평안한지 모른다. 또 교회에서 크고 작은 충성거리가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 충성할 수 있어 좋다. 기도하니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도 덜해 가정에 하나님의 평안이 넘친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이다.
사실 나도 사람인지라 이사 오면서 물질적으로 손해 본 것이 문득문득 생각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영적 부요를 주님이 채워 주시리라 감동하셔서 큰 소망을 얻는다. 어느 것 하나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인생에서 주님이 우리 가정을 인도하시고, 가장 좋은 것을 주실 터이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위 글은 교회신문 <7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