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복된 이별

등록날짜 [ 2022-11-29 20:47:03 ]

한밤중에 울리는 불안한 휴대전화 소리. 아니나 다를까, 장모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장모님 댁으로 급히 달려가자, 장모님은 가슴을 부여잡고 무척 괴로워하고 계셨다. 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고열 탓에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받은 후 그 결과에 따라 입원이 결정된다고 했다. 초초한 마음으로 애가 탔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면 곧 회복되시리라 기대했는데, 잠시 후 당직의사가 굳은 얼굴로 와서 장모님의 상태가 무척 위중하다고 알려 주었다. 가족들에게 급하게 호출했고, 중환자실에서의 짧은 만남. 그리고 얼마 후 장모님은 병원에 오셨을 때와 달리 평안한 모습으로 영원한 나라에 계신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나도 아내도 마음이 무거웠으나, 우리 부부는 성경대로 행하는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영정사진이나 헌화 없이 “위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절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당부한 것이다. 죽은 자에게 절하거나 기리는 행동을 주님께서 기뻐하지 않을 것이고, 천국에서 행복하실 장모님도 원치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신자 가족들이 전통에 따른 장례를 원했지만, 우리는 성경대로 행하는 장례가 ‘장모님의 뜻’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교구에도 요청해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11:25~26)라고 쓴 하얀 막을 설치해 장모님 영혼이 영복(永福)을 얻었음을 알렸고, 예수 믿지 않는 가족들에게도 예수 믿으라고 당부했다. 장례 기간 중 영정사진을 놓아야 한다는 비신자 가족들의 요청도 있었으나 무사히 장례식을 마칠 수 있었다.


하나님이 기뻐하신 방식으로 장례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도 한 장모님의 뜻을 지킨 결과였다. 어느 누구도 생전 장모님 뜻이라고 하는 말에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 장모님께서 우리 교회에서 오래 신앙생활 하시고 우리 부부도 오랫동안 기도한 결과 탈 없이 은혜로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장례 도중 크고 작은 갈등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뜻을 따라가니 문제를 해결받고 예수 믿지 않는 가족들도 신앙에 마음 문을 여는 모습을 경험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묵상하면서 무엇보다도 구원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 최고의 뜻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5:8) 말씀처럼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아들까지 내어 주신 그 사랑이다.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눅12:20). 우리의 모든 삶과 죽음에 대한 주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한다.


장모님과의 이별은 슬픈 일이나 마냥 슬퍼하지 않고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은 구원받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성경대로 행하는 장례를 통해 믿지 않는 가족들이 교회에 등록하여 새로운 믿음의 가족이 되는 일도 있어 감격스러웠다. 하나님의 뜻을 구한 결과였다.



/송호동(22남전도회)

손해사정사

위 글은 교회신문 <7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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