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들을 귀를 열어 주신 은혜

등록날짜 [ 2023-03-27 18:32:11 ]

9년 전 남편에게 갑자기 닥친 뇌출혈은 남편 몸의 왼쪽 전체를 마비시켰다. 팔다리는 물론 왼쪽 귀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원래 청력의 10% 정도만 들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 탓에 거의 듣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누군가 왼쪽에서 말을 걸면 오른쪽에 와서 다시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그나마 오른쪽으로 들을 수 있고, 귀보다 더 기능하지 못하는 곳도 많았기에 왼쪽 귀를 낫게 해 달라는 것은 다급한 기도 제목은 아니었다.


지난 2월 마지막 주 주일예배 때, 담임목사님께서는 ‘믿으면 영광을 보리라’는 설교 말씀을 전하셨다. 남편과 나는 큰 은혜를 받았고, 남편은 평소처럼 주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예배를 드린 후 잠깐 눈을 붙였다. 눈을 붙이는 동안에도 생명의 말씀 듣기를 사모해 이어폰 볼륨을 줄인 다음 담임목사님 설교 말씀 영상을 틀어 놨다.


그런데 평소처럼 똑같은 수준으로 음량을 줄였는데도 그날은 설교 말씀 소리가 너무 잘 들려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손으로 오른쪽 귀를 막아 봤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먹먹하던 왼쪽 귀에서 선명하게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 아닌가! 재차 확인해 봐도 왼쪽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하나님께서 고쳐 주셨다는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왼쪽 귀는 청력이 더 회복되어 윙윙거리는 소리도 더는 없고, 귓속을 꽉 채우고 있던 뭔가가 빠져나간 느낌이라고 했다. 청력의 80% 정도를 회복했으니 거의 원래만큼 들을 수 있게 됐다. 귀가 잘 들리자 어눌하던 발음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남편은 대성전 2~3층 제일 뒤에서 휠체어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 전에는 맨 뒤에 앉아 한쪽 귀로만 설교를 듣다 보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설교 말씀을 크게 들을 수 있는 기계를 사용해 이어폰을 낀 채 말씀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어폰 없이 설교 말씀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청력을 회복했다.


성경 말씀이나 담임목사님께서 해외성회를 인도하실 때, 보지 못하던 자가 눈을 뜨고, 듣지 못하던 자가 듣게 되는 이적을 많이 보았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알고는 있지만, 이번에 남편이 청력을 회복하게 되니 다시 한번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가족들도 정말 좋아해 오른쪽 귀를 막고 대화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아빠 뒤에서 박수 치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우리 부부가 귀를 위해 따로 기도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잘 듣고 전하라고 청력을 회복시켜 주신 듯하다. 아직도 몸 이곳저곳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병원에서도 포기할 만큼 죽음에 다가서 있던 남편이 주님 은혜로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또 9년 간 조금씩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니 어찌 그 은혜를 간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 더 하나님께서 일하실 일을 간증하면서 사는 남편과 우리 가족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모든 일을 행하신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정선이(7교구)



위 글은 교회신문 <79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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