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3-05-11 20:37:30 ]
우리 교회에 오기 전 나는 닻을 잃은 배처럼, 목적 잃은 부표처럼 떠돌았다. 갑작스레 찾아온 온갖 불행과 육신의 고통으로 상황과 환경을 원망했고, 가끔은 나를 지켜보고는 계시느냐며 하나님에게 원망을 토로하며 교회와도 점점 멀어졌다. 목자 잃고 길 잃은 양의 신세가 얼마나 처량한가. 제대로 운신하기조차 어려운 육신을 짊어지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할 때마다 나를 붙잡은 것은, 죽은 후에 지옥에 갈 것이 명확하다는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내 불행을 끝낼 정답은 없었고 결국 외면하며 살던 한 분만 떠올랐다. 실족한 나는 일부러라도 하나님을 외면하고 무시했으나 세상 무엇도, 그 어떤 것도 진정한 위로가 되어 주지 못했고 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결국 돌고 돌아 멈춘 곳이 하나님 앞이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나는 하나님께 조건을 걸었다. ‘하나님, 우리 동네에 연세중앙교회가 있는 것 아시죠? 그 교회 사람이 전도하면 교회에 갈게요’라며 감히…. 딱 한 번이었다. 수년 전 윤석전 목사님 설교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내게 부닥친 생명의 말씀을 듣고 충격받아 회개기도를 한 것만은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감히 조건을 내건 것이었다. 목사님의 말씀 안에는 답답한 내 심정을 풀어 낼 정답이 있을 것만 같아 딜을 걸었는데, 신기하게도 두 달 후 길에서 연세중앙교회 집사님 한 분을 만나 전도를 받았다. 전도지를 건네받으며 개인정보를 내 입으로 술술 불고 교회에 출석할 것도 약속했다. 심지어 교회 셔틀버스 출발 지점이 내가 사는 아파트 정문이었다.
교회에 처음 온 날 내가 와야 할 자리에 그제야 왔다는 감동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죄악 가운데 하나님 품을 벗어나 있던 그 시간에도, 하나님은 나를 애타게 기다리시며 내가 돌아올 곳을 예비해 두셨다. 진리의 말씀이 있는 교회를 만난 것이 가장 귀한 복임을 이젠 절실히 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으나 당시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은 곱씹을수록 여전히 은혜가 된다.
침체된 믿음을 재정비하고 마지막 때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준비해야 하는 지금, 작정기도 기간은 나에게 주어진 복된 기회일 테다. 바닥까지 박박 긁어내 회개할 기회, 죄악된 지난날을 벗어 버리고 거룩한 모습으로 새로워질 기회, 마귀 사단의 저주와 역사를 완벽하게 끊어낼 기회. 그럼에도 죄의 습관을 온전히 버리지 못한 나는 마지막 한 걸음을 앞두고 자꾸 고개가 돌아가곤 한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온전히 버리지 못해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라도 된 듯이.
그러니 하나님을 사랑한다던 말도, 감사도, 내 호흡까지 주님 것이라는 눈물의 고백까지도 실상 주님이 보시면 얼마나 경박하고 경솔한 고백이었을지 때론 비참할 지경이다. 얼마나 무거운 말을 가볍게 한 것인가. 그럼에도 주 사랑 없이 살 수 없음을 너무 잘 알기에 그 사랑에 기대어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주님, 나를 제발 불쌍히 여겨 주세요.” 이번 작정기도 기간에 온전히 회개하여 진짜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대하고 바란다.
위 글은 교회신문 <79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