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고난에도 주 신뢰해

등록날짜 [ 2023-11-28 19:00:06 ]

올해는 참 힘든 해였다. 지난해 여름, 주님의 은혜로 이전보다 건강해진 덕분에 구역장 직분도 받아 충성할 기회를 얻어 감사했다. 다만, 충성할 수 있는 것은 감사했으나 직분을 감당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나는 맡겨 주신 영혼을 얼마나 사랑하였는가? 충성의 자리에 있었는가? 예배와 기도로 살았는가?’ 등 수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져 보니, 지난 1년이 실수와 실패 그리고 부끄러움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 전 11월을 눈앞에 두고 구급차 신세를 졌다. 울혈성심부전, 부정맥 악화, 폐부종 등으로 입원을 했고 병원 침대에서 내려오기도 힘든 상황에서 폐동맥고혈압이 더 진행되었다는 검사결과를 받았다. 담당의사는 심폐이식수술 대기자로 이름 올리는 것을 가족들과 상의하라고 말했다. 더는 약으로 병의 진행을 늦추기 힘든 상태까지 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라고 고백하고 그 사실을 인정했다고 생각했는데 막막한 현실을 맞이하자 내 신앙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유 없이 눈물이 자꾸 났다. 이미 내 안에 예수님이 정답처럼 적혀 있는데도 답답하고 막막했다. 이런 때에도 감사하고 기도해야 할 것 같은데 진통제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심장의 통증이 계속되었고, 한두 시간 그렇게 통증에 시달리고 나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감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의문만 들었다. 그저 우울감에 빠지지 말고 생각과 마음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만 지식처럼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담당 여전도회장과 교구장께서 동일하게 내게 해 준 말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였다. 나 자신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 그리고 그날 금요철야예배는 나를 위한 예배였고, 총괄상임목사께서 씨 뿌리는 비유를 들어 설교 말씀을 전해 주셨는데 이 또한 하나님께서 내게 당부하시는 말씀이었다.


그동안 말씀을 들어도 듣지 못하는 이가 나였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나였다. 죄를 깨닫고 회개하라는 말씀을 들어도 회개하지 못한 바리새인이 나였다. 여전히 육신에 얽매여 있고 질병에 얽매여 있는 것도 모른 채 자유한 줄 착각했다. 죄의 담에 가로막혀 쉽게 망각하고 흔들리고, 주께 가까이 갔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뒷걸음질친 나의 모습이 말씀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얼마나 하나님이 그런 나를 보며 속상해하셨는지까지도….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죄를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바라신다는 말씀이 내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내 모습은 초라하고 보잘것없고 실패와 좌절로 얼룩진 1년을 보냈더라도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 하나님을 ‘신뢰’한다. 엉망진창인 나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피 흘려 대신 죽으신 예수님을 ‘신뢰’한다. 이젠 내 안의 뿌리 깊은 교만과 외식을 회개함으로 벗겨 내 하나님이 진정 쓰실 만한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승은
(74여전도회/ 16교구)


위 글은 교회신문 <82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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