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감사하면 뭔들 못 하랴!

등록날짜 [ 2023-12-05 11:52:41 ]

12월부터 새 회계연도를 시작하면서 2024년 교회 조직도를 보는 성도들 모습이 무척 다양하다. 새롭게 임명받은 부서에서 한 해 동안 충성할 것을 마음 무거워하며 기도하는 이도 있고, 1년 동안 정든 믿음의 식구들과 다른 부서에 속하게 된 아쉬움으로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도 보인다. 반면에 “내 의향은 묻지도 않고 왜 나를 이 부서에?”라며 당황스러움을 표하는 이도 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회계연도가 바뀔 때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부서는 없었던 듯하다. 특히 감성적인 청년 시절에는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부원들을 만나는 게 껄끄러워 모임 방 앞에서 들어가기를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새 부서는 신앙이 성장하고 인격적으로 다듬어질 기회!’라는 감동을 받아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정말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가 다 있었음을 깨닫는다.


한번은 무뚝뚝한 부원들만 모인 부서에 속하게 됐다. 담당 부장도 수줍음을 많이 타는 데다 부원들도 말수가 극히 적은…. 첫 모임 때부터 대화가 이어지지 않아 정적이 흐르던 아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 또한 내성적인 탓에 지금과 달리 말수가 적었으나, 분위기가 어색한 것을 견딜 수 없어 한 해 동안 모임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훈훈해지도록 애쓴 기억이 난다. 그 해를 마치면서 담당 부장이 “모임 때마다 무척 고마웠다”며 보내 준 손편지가 아직도 우리 집 책상 한쪽에 있다.


어느 해에는 몸으로 뛰어야 했다.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이 많은 부서에 있다 보니 이모저모 챙겨 줄 게 많았다. 고민거리를 들어주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주일에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며 모임 방 청소며 엄마처럼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충성하곤 했다. 당시 회계연도를 마치며 “한 해 동안 엄마같이 섬겨 주어 좋았다”라는 동생들 말에 ‘아직 결혼도 안 한 언니한테 무슨 말이야!’ 속으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렇게 해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고, 물론 힘들 때도 있었으나 예수님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구원받은 은혜를 떠올리면 마음의 짐이든 떠안은 일의 무게 등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항상 주님 은혜가 있었고 내게 맡겨진 일을 하나둘 감사로 감당하다 보면 신앙적으로든 인격적으로든 풍성한 결실도 항상 잇따랐다.


올해는 정든 부서를 떠나 새로운 부서에서 충성하도록 임명을 받았다. 전혀 생각도 못 한 부서여서 속으로 ‘으잉?’ 하고 놀라기도 했으나, 청년 시절을 지나 이제 두 아이 엄마가 되다 보니 지난날에 비해 조금이나마 성숙해진 내 모습에 감사했다. 예전에는 정든 기관장과 멀어지는 게 속상해 한 달 넘게 울상을 짓기도 했으나, 이제는 새로 만난 기관장을 도와 한 해 동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대략 헤아려지기도 하고, 무슨 일을 맡기든 일단은 “예” 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주님 일은 무엇이든 마음만 쏟으면 내가 성장할 기회이다. 또 한 해 동안 맺은 결실은 주님이 내 영혼의 때에 갚아 주실 귀한 상급이다. 불평보다 감사가, 아쉬움보다 기대가 큰 새 회계연도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주님이 일하시리라! 


/현정아 객원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82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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