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4-09-11 10:40:19 ]
바쁜 주일 아침에 여전도회원들이 모여 있는 SNS 단체방에 공지 글을 올리느라 무척이나 정신이 없었다. 한 손으로 휴대전화 자판을 치면서 주일에 회원들과 나눠 먹을 반찬을 현관 앞에 잠시 내려놓고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그대로 나와 교회를 향했다.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들어 상쾌한 주일 아침이라 생각했다. 그때 번뜩이며 지나가는 생각. ‘아차! 현관 앞에 반찬을 두고 나왔다.’
최근에 마트에 갔는데 ‘뭘 사려고 왔더라’라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뭔가가 필요해서 마트까지 왔는데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 ‘이 정도면 다 산 거다!’ 싶어 집으로 돌아와 주방을 보자마자 ‘아! 제일 필요했던 걸 사 오지 못했구나’라며 그제야 떠올랐다. ‘좀 적어 둘걸….’ 뒤늦게 후회해 본다.
한번은 남편이 출근 전 필요한 게 있으니 이러저러한 것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신 있게 걱정 말라고 대답한 후 배웅했다. 하지만 그날 내리 잊어버리고 있다가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의 얼굴을 보고야 생각이 났다.
깜빡깜빡. 일상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 영적생활에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지난해 이맘때쯤이었다. 기도할 수 있는 환경과 부르짖어 간구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주신 주님의 은혜가 내 마음에 물밀듯이 몰려와 갚을 수 없는 큰 은혜에 눈물과 감사가 넘쳤다. 그런데 올해 똑같은 기도의 자리, 예배의 자리에 와 있는데도 그때만큼의 감사와 은혜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주님이 주신 은혜를 어디서부터 깜빡한 걸까? 이제야 뒤늦게 지난날의 감격과 감사가 떠올라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가난한 내 심령, 주님 앞에 “그 감사가 다시 기억나게 해 주세요”라고, “그 은혜를 잊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애절하게 기도해 본다.
“주님! 휴대전화로 공지 글을 쓰느라 반찬을 현관 앞에 두고 나온 것처럼, 내가 혹여 영적생활 이외의 것에 한눈이 팔려 가장 소중한 영혼의 때를 놓치는 일이 없게 해 주세요. 마트에서 살 물건을 깜빡하지 않으려고 메모하는 것처럼, 내가 받은 은혜를 날마다 곱씹고 눈과 귀에 가까이하여 내 심령에 새기게 해 주세요. 남편에게 요청받은 일을 잊어버린 것처럼, 내가 주님의 요구와 음성에 생각 없이 또 습관적으로 반응하여 무신경하게 흘려버리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주신 그 애절한 피의 은혜를 내 평생 잊지 않게 해 주세요!”
/한민지(85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86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