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5-03-25 21:43:44 ]
믿음의 스케줄 버거운 듯하지만
혼인잔치 준비는 원래 바쁜 것
2025 회계연도를 시작하자마자 부서 개편에 이어 새롭게 배속받은 여전도회원들을 심방하느라 한겨울이 무색하게 등이 후끈거릴 만큼 분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된 동계성회. 성회 개최를 앞두고 이모저모 준비할 것도 많았고, 성회 참가를 권면하느라 또 한 차례 회원들 심방과 연락을 부지런히 해야 했다. 특히 지난달 설 연휴는 어느 해보다 길었으나, 세상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느긋한 휴가를 보낼 때 우리 교회 성도들은 설날성회에 참가하고 이모저모 충성하느라 한 주 넘는 휴일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다.
그러자 함께 충성하며 열심을 내던 한 자모가 들릴락 말락 “들들 볶네. 들들 볶아!”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성회 기간에 은혜를 많이 받았으나, 빈 틈 없이 짜인 우리 교회 믿음의 스케줄이 순간적으로 버겁게 느껴진 듯했다. ‘하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 사실 우리 교회 믿음의 스케줄은 연휴는 고사하고 날마다 진행되는 기도모임을 비롯해 예배, 전도, 충성 등 다 참여하고 다 감당해 내려면 보통 영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또 믿음의 스케줄에 부지런히 참여하다 보면 잠깐 마음을 놓는 순간 가정생활이 헝클어진다. 늘어나는 빨랫감과 싱크대에 쌓여 가는 설거짓거리. 항상 깔끔하게 집안을 단장하고 싶은데도 마음 같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순간 내 청년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마 더 분주하게 믿음의 스케줄에 참여했을 것인데 어떻게 다 감당했을까. 물론 지금보다 체력도 더 있고,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자녀들도 없었으니 주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화행사를 준비하느라 날밤을 새고, 주일 일정을 다 마친 후에도 주중 심방 계획을 세우고 다음 주일에 진행할 부 모임을 회의하느라 자정을 넘기고, 집에 돌아와 잠깐 눈 붙이고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던…. 정말 주님 은혜로 해내었던 것이 새삼 감사하다.
그러면서 그 당시 담임목사님에게 들은 말씀도 떠오른다. “때론 성도들을 들들 볶는 것 같지만, 이렇게 믿음의 스케줄을 부지런히 이어 가는 이유는 마귀역사도 쉬지 않기 때문”이라며 “어떤 이는 ‘신앙생활 하느라 개인생활은 언제 하느냐’고 툴툴거릴 수도 있으나, 우리 교회는 겨우 구원만 받는 게 아니라, 예수님께 값지게 쓰임받을 군사를 만들고, 예수님의 거룩한 신부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분주한 것”이라는 말씀!
그 말씀을 떠올리며 툴툴거리는 자모에게 조심스레 격려 한마디와 그 당시 담임목사님에게 들을 말씀을 전해 준다. “신랑이랑 결혼을 앞두고 이모저모 준비하느라 어느 때보다 분주하지 않았느냐”라고, “결혼예배 준비하면서 드레스 보러 다니고, 신혼 살림 마련하느라 가장 바쁜 것처럼 예수님의 신부로서 단장하려면 당연히 분주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이다. 또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하나도 없다”(딤후2:3~4)고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고. 툴툴대던 자모의 얼굴이 금세 환해지는 걸 보니 마음이 많이 풀렸나 보다.
믿음의 스케줄에 부지런히 참여하다 보면 아찔해질 때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연초를 이미 분주하게 보냈으나 3월부터 춘계대심방이 진행 중이고 곧바로 작정기도회와 총력전도주일 그리고 각종 부흥성회 일정이 다가온다. 교회의 굵직한 스케줄 외에도 각 부서에 맡겨진 크고 작은 충성거리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어느 때든 주님 은혜로 해 왔고, 그러는 사이에 신랑 되실 주님과의 사이는 깊어지고 나 역시 부족하나마 신부로 조금씩 만들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힘들긴 힘들어도 혼인 잔칫날을 소망하며 견딘다면 어느새 그 날이 다가와 있으리라. 주님 만날 그 날을 기대하고 신부 단장도 해가며 오늘도 부지런히!
/현정아 객원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89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