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反韓) 감정/ 이웅수 성도, 現 KBS 기자

등록날짜 [ 2005-12-06 14:37:24 ]

올 초 유독성 화학물질인 ‘노말헥산’에 중독된 태국 여성 노동자 8명의 이야기가 충격을 던졌다. 이들은 모두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였다. 한국인 사업주는 이들 손에 독성물질을 쥐어주고 전자부품을 세척하게 했고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앉은뱅이’가 되면서 깨져 나갔다. 3년 째 한국에서 성실하게 일해오던 한 고려인 3세 여성 노동자는 지난 해 우리 정부로부터 재입국 동의서를 받고 어린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하지만 그 사이 사업주는 이 고려인 여성 노동자를 해고했고 이 여성은 우리 정부와 사업주를 상대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체류기간이 만료되는 날 이 고려인 3세 여성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이고 한 민족이라는 고려인과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당한 비인간적이고 모멸에 찬 대우는 이밖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일부이기를 바라지만 한국인 사업주들은 불법 체류자라는 이들의 신분상의 약점과 서투른 한국어를 악용해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욕설과 폭행, 온갖 인간적 수모를 가한다. 변사체로 발견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다.
일부 악랄한 한국인 사업주들의 행태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필리핀과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 국가들에 진출한 한국기업들 가운데 현지에서 근로자들을 한국에서 하듯 마구잡이로 다루거나 임금을 주지 않고 달아나 사회문제화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더구나 돈과 향락만을 추구하는 추한 한국인들의 행태는 몽골에서까지 악명을 떨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몽골인이 혐오하는 외국인들 가운데 한국인이 2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인들의 악행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한류 열풍에 묻혀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거대한 반한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필리핀 등 동남아를 여행하다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폭행 당하거나 피살당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태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는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테러를 경고하는 협박편지가 배달되기도 했다. 한국인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동남아 저변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반한감정은 반미감정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반미감정에는 국가 이익과 이데올로기의 충돌이라는 거창한 명분이라도 있지만 반한감정의 기저에는 돈에 모질고 야박한 한국인의 좋지 못한 인간성만이 있을 뿐이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70년대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의 경제대국이었을 만큼 이들은 한국전쟁 때는 물론이고 2, 3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보다 잘 살며 우리를 도와주던 사람들이었다. 대한민국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좀 먹고 살게 되었다고 이들에게 인종차별과 악행을 자행하는가? 언젠가 한류 열기가 식고 한국과 ‘코리안 드림’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고 나서, 반한감정이 세차게 몰아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에 와 있는 이주 노동자는 4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인에 짓밟힌 이들의 자존심과 인격,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 곧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이들에 대한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시급하지만, 근본적으로 뿌리깊은 인종차별적 시각을 거두어야 한다. 예수님은 인종차별을 뭐라고 하실까? 혹시 성경에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해서 인종차별이 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크리스천은 없으리라 믿는다.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에서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 (마가복음 12장 31절)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치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로마서 13장 10절)

위 글은 교회신문 <7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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