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폭탄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놀랍지 않은가? 2년 전, 누군가의 권유로 이 말씀을 읽고 술에 대한 성경의 강력한 경고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술의 폐해에 대해서 이만큼 정곡을 찌르는 글을 본 적이 없어 이 구절을 자꾸 곱씹어보곤 한다.
“재앙이 뉘게 있느뇨 근심이 뉘게 있느뇨 분쟁이 뉘게 있느뇨 원망이 뉘게 있느뇨 까닭 없는 창상이 뉘게 있느뇨 붉은 눈이 뉘게 있느뇨 술에 잠긴 자에게 있고 혼합한 술을 구하러 다니는 자에게 있느니라”(잠23:29~30).
‘혼합한 술’, 요즈음 표현대로라면 폭탄주다. 재앙, 근심, 분쟁, 까닭 없는 창상, 붉은 눈, 이런 말들 역시 죽기 살기로 술을 마셔대는 대한민국의 많은 남자들, 요즈음엔 여자들까지, 술로 곤욕을 치러본 적이 있거나 술에 빠져 사는 사람이라면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가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라 믿는다.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이것이 마침내 뱀같이 물 것이요 독사같이 쏠 것이며 또 네 눈에는 괴이한 것이 보일 것이요 네 마음은 망령된 것을 발할 것이며 너는 바다 가운데 누운 자 같을 것이요 돛대 위에 누운 자 같을 것이며 네가 스스로 말하기를 사람이 나를 때려도 나는 아프지 아니하고 나를 상하게 하여도 내게 감각이 없도다 내가 언제나 깰까 다시 술을 찾겠다 하리라”(잠23:31~35).
요즈음 건강에 좋다며 웰빙 식품으로 대접받는 포도주도 성경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고 있다. ‘술 취하지 말라’는 말이 취(醉)하지 말라는 말이지 술을 취(取)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고 우겨대는 게 얼마나 우스운 말장난인지 성경은 분명히 하고 있다. 술은 신앙의 본질과는 관계없다거나 사회생활을 위해 조금씩 마시는 술은 괜찮다는 식의 일부 크리스천들의 논리가 이 말씀에 비춰봐도 과연 옳은가?
술은 하나님이 주신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망가뜨린다. 알코올 중독은 정신병이지만 알코올 중독자들이 인정하지 않아 치료를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술꾼의 자식은 술꾼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할 만큼 술은 대를 이어 개인과 가정, 사회를 파괴한다.
한국 사회에서 술은 한술 더 떠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과 개인의 삶, 인생 전체를 옭아매고 있다. 네트워크다. 한국에서 인간관계는 거의 모두 술로 맺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일도 잘 못한다거나 남자답지 못하고, 무슨 결점이라도 있는 듯한 취급을 받기 일쑤며 술을 잘 마시면 성공을 위한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상사나 윗사람,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주는 술을 거절하면 불화를 각오해야 하고 어떤 불이익이 뒤따를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회식 자리에서는 크리스천이라도 잠깐 신앙을 제쳐두고 술을 마셔줘야 제대로 된 크리스천이라고 인정해 준다. 사업을 하든 직장을 다니든 술은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삶의 활력소, 인간관계의 윤활제라고 칭송받고 있다.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은 술 공화국이다. OECD 국가 중 술 소비량이 단연 최고이고 음주로 인한 사회적 손실 규모가 연간 17조원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 13조원을 능가한다. 그런데도 술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위스키 등 독주 소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한국은 이미 영국 위스키 회사들의 주요 돈 줄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뼈빠지게 일해서 번 돈으로 외국 술까지 사 마셔가며 자신을 자해하고 있는 것이다. 몸에 조금이라도 해로우면 음식이라도 벌벌 떨며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입이 아프도록 술이 몸에 해롭다고 말하면서 죽기 살기로 술을 마셔대는 풍토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무언가에 크게 속고 있다는 것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크리스천은 이런 술을 마시지 않고도 사업에서 직장에서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하나님이 도와 주시면 가능하다. 먼저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소원이 있어야 한다. 이 소원을 바탕으로 간곡하고 진솔하게 기도하면 하나님께서는 육체와 정신 속에 뿌리 박은 술에 대한 욕구를 제거해주신다. 그러면 다음으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은? 그것도 하나님께 맡기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하나님께 술 마시지 않을 테니 인생 책임져달라고 기도했다. 술 고래인 내가 2년 넘게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술을 참고 마시지 않는 내 의지가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술을 참고 있지 않다. 술을 끊은 뒤 삶이 180도 달라졌고 육체적인 축복은 물론 정신적, 물질적 축복이 뒤따랐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9~11).
위 글은 교회신문 <8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