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한계 15분
텔레비전 앞에서 시청자들의 인내심은 15분이 한계라고 한다. 시청자의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는 텔레비전의 속성 때문이다. 리모콘이 생겨나면서 점점 이 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15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므로 텔레비전이 다루는 내용들은 무거움보다 가벼움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 가지 일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집중하는 능력을 결여시키고, 자극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금새 관심이 딴 데로 흘러버리는 감각만 발달하게 된다. 청소년들의 환경에 대한 인내심 부족 역시 이러한 대중매체의 영향 때문이다.
인터넷=닭갈비 뜯기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인터넷이 멀티미디어의 대중매체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15분이 아니라 1.5초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선 TV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리모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클릭 한번으로 다른 곳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이 모이게 해야 하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유익을 주어야 한다. 그것도 단 몇 초 안에 판단되어진다. 부실한 컨텐츠들은 점점 쓰레기처럼 쌓여만 간다. 유익이 될 만한 곳보다 시간만 낭비하는 곳이 너무 많다. 막상 필요한 정보는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 누군가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닭갈비’로 표현한 것에 동의한다. 한자 성어로 한다면 ‘계륵(鷄肋)’이라고 한다. 즉 큰 가치는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사물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모두들 이 계륵을 찾아 사이버 공간이라는 구천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닭갈비는 푸짐한 외양과는 달리 막상 뜯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허전함. 바로 인터넷이 그렇다. 사이버 공간에서 클릭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연속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기대하며 찾고 있다. 과연 무엇을 찾는가. 어느새 우리는 무엇인가를 찾는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 끊어짐과 이어짐, 그 자체의 쾌락에 빠져든다.
사이버 공간, 지배하고 다스리자
어떤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0~30대 3명 가운데 1명꼴로 인터넷 중독 현상을 보이고, 특히 10대는 절반 가까이가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인터넷 중독이란, 인터넷 접속에 강박적 집착을 보여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불안해하고 궁금해 하는 증상이다. 주위에서는 ‘딸깍 딸깍’ 마우스의 클릭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온다. 약간의 여유시간만 있으면 무의식 중에 익스플로어 아이콘을 누르고 새로운 만남을 위한 접속을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는 뻔하다. 인터넷을 www(world wide web)이 아닌 world wide waste라고 하는 말이 실감난다. 상업화로 점차 변해가면서 이제 정보의 바다가 아닌 무가치한 정보의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매체에 대한 목적의식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매체를 지배할 힘을 잃어버리고 그 앞에 무릎 꿇게 된다. 사이버 공간을 생활에서 없앨 순 없다. 다만 정복하고 지배하고 다스려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길들이는 방법밖에는 없다.
위 글은 교회신문 <8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