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스템 네트워크인 인터넷의 발달로 가상 공간이 현실화 되면서 정착 문화가 유목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몽골의 유목민이나 집시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노마드(Nomad)’족이라 부르는데, 말을 타고 넓은 초원을 거침없이 달리던 노마드족이 현대사회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 노트북, PDA 등의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디지털 노마드’의 모습으로서 말이다. 가상공간은 그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디지털 초원이며 그곳을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기에 가상공간에서의 유목민이며, 개인용 휴대단말기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지 볼일을 다 볼 수 있기에 현실세계에서도 안주보다는 이동이 더 자유로운 유목민이다.
·디지털 소돔과 고모라
그러나 문제는 디지털 초원을 거침없이 달리던 유목민의 이동성과 놀라운 기동성을 가능케한 첨단 기술들이 과연 얼마나 생산적인 일에 사용되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인터넷으로 기껏해야 인터넷 뱅킹 정도의 일을 할뿐 대부분 인터넷으로 게임하고, 영화보고, 음악 듣고, 메신저로 수다 떠는 정도의 수준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오락적 기능에 치중하고 있다. 허접한 ‘재미'들로 그 허기를 채우는 디지털 노마드족들의 모습은 마치 아버지의 품을 떠난 탕자가 돼지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디지털 초원은 지나친 상업화와 불법 사용자들에 의해 지적재산권침해, 사이버폭력, 자살, 매춘, 마약, 가정파괴 등의 범죄가 방치되어 있는 인권 및 윤리적 통제 장치 없는 무법천지의 또 다른 소돔과 고모라의 땅으로 황폐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디지털 유목민 역시 이리저리 배회하며 고성능의 무기로 무장한 전쟁과 약탈을 일삼는 호전적인 침략자의 모습으로 타락하고 말 것이다.
·새로운 영적 에너지를 창조하는 디지로그형 교회
급변해가는 디지털 문명은 인류의 삶의 방식을 수시로 뒤바꾸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유목민은 물론 외부 세상으로부터 도피하여 사이버 공간 속으로 깊숙이 숨어들려는 극단적인 디지털 폐인, 칩거족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교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미 각 교회의 인터넷 예배만을 떠도는 영적 유목민(Spiritual nomad)이 나타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만 교회를 찾는 영적 칩거족(spiritual cocoon)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제 교회는 사이버 공간을 새로운 선교지로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통의 아날로그와 현대의 디지털 문화를 조화롭게 연결하여 사이버 공간으로 집중되는 소모적인 에너지를 교회 부흥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디지로그(Digilog)형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8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