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정치

등록날짜 [ 2006-07-18 17:14:55 ]

북한은 5일 동해상에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7년 가까이 유지되어 오던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무산시켰다. 북한은 1,2발도 아닌 스커드와 노동, 대포동 미사일을 7발이나 발사함으로써 다시 한 번 벼랑끝 전술로 국제사회를 압박했다. 일견 과감해 보이는 북한의 이 같은 행보 이면에는 북한 정권의 초조함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체제의 존망이 달려 있다고 판단하고 공산권 붕괴 이후 줄곧 미국과의 평화협정 내지는 불가침 조약, 또한 이를 통한 경제제재 해제를 추구해왔지만 미국과의 관계는 거꾸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15년여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듯 끌어오는 북한 핵 문제에 식상해 핵 문제 해결보다는 금융제재와 인권문제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로 북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북한은 마카오 방코 델타아시아(BDA) 은행의 50여 개 계좌에 묶인 2400만 달러에 크게 아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고 이 동결자금의 해제를 6자 회담의 복귀조건으로까지 내걸었다. 미국은 지리한 핵 문제보다는 무조건적인 회담 복귀를 외치면서도 대북 금융제재의 효과에 아주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며 북한의 속을 바싹 태우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지난 98년 1차 미사일 위기 때의 경험이 작용한 듯하다. 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했을 때 미 클린턴 행정부는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9월 17일에 대북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취했고 일주일 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예를 선언했다. 당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98년 북한 미사일이 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지자 경악했던 일본은 이번에는 내심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크게 반기고 있다. 아소 다로 외상이 히로시마의 한 강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김정일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은 뼈 있는 농담이다.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으로 일본은 북한을 빌미로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을 더욱 서두르며 군사대국화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근거로 태평양 지역 우방국들의 단합을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억지력과 대만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중국에도 반가울 리 없다. 더구나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중국의 충고까지 무시하고 발사한 것을 보면 북한은 내심 금융제재를 막아주지 못한 중국에도 크게 서운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마디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벌써부터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그나마 한 민족이라는 이유로 북한을 지원하는 남한의 입장까지 대단히 어렵게 만들며 스스로의 입지를 크게 좁히고 있다.
혹시 북한의 주요 미사일 수출 대상국인 중동과 개발도상국 국가들에게는 미사일 기술을 과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은 몸부림칠수록 더욱 빠져들어가는 모래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9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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