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의 심정

등록날짜 [ 2006-08-30 10:29:25 ]

어릴 적 밥을 먹을 때면 의례히 빠지지 않고 상에 올라오는 것이 조기와 갈치였다. 부모님은 양쪽 가시는 다 제거하고 살만 발라 밥 위에 얹어 주시곤 했다. 남은 양쪽 가시와 내장은 항상 부모님 차지였다. 어쩌다 통닭을 먹는 날에도 우리 4형제는 항상 먼저, 그것도 맛있다는 다리부터 점령해 날개까지 두루 섭렵하고 나면 목이나 잔뼈들은 아버지 차지였다. 아버지는 뼈에 붙은 살이 더 맛있다고 하셨다. 엄마는 고기를 안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소천하시기 얼마 전 쇠고기 몇 점 입에 댄 것이 다였다.
결혼을 해 자식을 둘이나 둔 나는 부모님을 생각한다. 부모님이 내게 그러셨듯이 나 또한 자식들 숟가락 위에 생선살을 발라 올려 준다. 이제 양쪽 가시와 내장은 내 차지가 되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온 남편은 생선 가운데 토막, 그 다음 부분은 아이들 차지다. 우리 아이들도 어느 새 양쪽 가장자리는 엄마 몫이라고 남겨놓곤 한다. ‘좀 더 일찍 철이 들어 부모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를 향한 목사님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이 빨리 철들어 신앙생활 잘 하기를 얼마나 바라실까? 새벽예배 빠지지 마라, 기도하라, 전도하라, 충성하라, 말씀을 사모하라,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데 때때로 그 말씀을 무시하며 살 때가 있다.
그러나 빨리 깨닫고 돌아오는 것이 내 복이기에, 지금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더 철이 들었을 때 그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려 마음의 옷깃을 여민다.

위 글은 교회신문 <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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