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시골 ‘다랭이’ 마을에는 어려서 열병을 앓아 나이는 40살이지만 지능은 8살에 머문 때 묻지 않은 실제 인물‘엄기봉’이라는 노총각이 산다. 동네 허드렛일을 하면서 얻어오는 음식거리를 엄마에게 빨리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집으로 뛰어가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그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맨발의 기봉이’라고 부른다.
영화는 그럭저럭 시나리오상의 큰 높낮이 없이, 마지막 대반전도 없이 물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다 어느 순간 끝이 난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일상 그대로를 보는 듯,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영화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 아무래도 마라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보니 몇 달 전 연세시네마에서 방영했던 <말아톤>과 비교를 아니할 수가 없을 듯 하다. 둘 다 장애우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이지만 만듦새나 짜임새로 본다면 <말아톤>이 약간 앞서는 듯 하다. <맨발의 기봉이>는 진한 감동도 마지막 눈물도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잔잔한 감동이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속에 남는다. ‘맨발의 기봉씨는 지금도 맨발로 동네를 뛰어다니고 있을까’.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살아있을까’
때로는 기봉이처럼 오직 하나만을 보고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봉이는 오직 어머니와 교회만이 그의 삶의 전부다. 동네 청년들이 즐겁게 노는 저녁 한때에도 늘 기봉이는 교회만 다닌다. ‘교회밖에 모르냐’는 주위 청년들의 놀림에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아니 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듯하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놀림의 대상으로 삼지만 속으로는 그의 삶을 부러워한다. 때로는 세상의 즐거움을 맞보지 않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오직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면 좋을 텐데. 그게 참 힘들다.
기봉이를 보고 우리도 그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위 글은 교회신문 <9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