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등록날짜 [ 2006-10-23 14:25:02 ]

북한은 10월 9일 조선중앙통신사보도를 통해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2월 10일 외무성 발표를 통해 핵 보유를 선언하고 개천절이자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3일 핵 실험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일주일도 안되어 전격적으로 핵 실험을 한 것이다. 핵 실험 발표 자체가 폭탄선언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핵 실험 시기 역시 충격이었다. 지금은 실제 핵실험을 했는지, 재래식 폭발물을 터뜨리고 핵실험을 한 것처럼 위장했는지를 둘러싸고 진실게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한반도에는 핵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고 동북아 세력균형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전 세계 핵 비확산 체제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북한은 주변 정세를 봐가며 추가 핵실험을 단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미사일에 핵 탄두를 장착하는 데까지 나아가겠다는 의지도 확고히 밝혔다.
북한이 노리는 다음 수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이다. 핵실험을 통해 국제여론과 미국 국내 여론을 몰아 양자대화로 미국을 끌어내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미국은 직접대화 불가라는 입장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까지 지금까지 입장과는 반대로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과의 대화가 성사되면 북한의 다음 목표는 9번째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70년 출범한 NPT 즉 핵 비확산 조약에서 공식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뿐이다. 여기에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실질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고 있지만 핵 클럽에는 끼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 등과 함께 탄핵 클럽 버스의 승객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인정해 줄 것인가? 결론은 ‘아니오’ 라는 게 정설이다. 북한이 공식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면 동북아에서 가장 먼저 핵 무장에 나설 나라가 중국으로부터의 침략 위협에 떨고 있는 대만이다. 대만의 핵 무장은 중국의 핵 전력 강화를 자극할 것이고 이는 또 일본의 핵 무장을 부추길 것이다. 한국도 물론 핵무장에 나설 것이다. 일본까지 핵으로 무장한다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다 같은 핵 보유국인데 누가 미국의 말을 들으려 하겠는가? 이는 또 전 세계 핵 비확산 체제의 근간을 흔들며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헤게모니의 퇴조를 부채질 할 것이 뻔한데 미국이 이를 용납할 것으로 보이는가? 미국은 이미 지난 해 2월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했을 때도 이를 무시했다.
북한이 여기까지 온 데는 미국에도 원인이 있다. 테러와의 전쟁 수행에 협조적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보유는 묵인하고 기술지원까지 해주는 반면 북한의 핵 보유를 막는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북한의 핵 보유를 막을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가장 불리한 상황에 처한 곳은 한국이다. 핵 보유국과 핵 비 보유국 사이에는 재래식 군사력의 우열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백 개 따더라도 금메달 하나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엄청난 비대칭적 열세에 처하게 된 한국은 핵 보유국 북한을 앞으로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한반도 비핵화와 핵 무장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위 글은 교회신문 <9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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