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이 손을 씻겠다고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함흥차사다. 뭘 하나 궁금하여 문을 살짝 열어보았더니 멍하니 거울을 쳐다보며 혼잣말로 “넌 왜 그렇게 못생겼니!” 하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 아들 녀석에게 “너처럼 멋지게 생기기도 쉬운 일은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해” 하고 물었더니 본인이 너무 이상하게 생겼다며 되려 쏘아붙인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혹여 자신감을 잃을까 태속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던가! 그래서인지 호감이 가는 외모로 성장해 주는 것이 내심 감사했는데 아들 녀석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적잖은 충격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니”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난 멋진 아빠를 하나도 닮은 데가 없는 것 같아” 하는 것이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보는 사람마다 확대판, 축소판, 붕어빵이란 단어가 그냥 튀어날올 만큼 부자가 서로 닮았건만 이유가 너무 황당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바로 나에게 있었다.
난 참 칭찬에 인색한 사람 중 하나다. 특히 아들 녀석에겐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혹 교만해지고 오만해질까’라는 포장지를 씌우고 참 많이 엄하게 아들을 대했다. 큰아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기대치를 그어놓고 왜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느냐고 더 열심히 성장하라고 윽박과 으름장을 놓으면서 말이다.
어느 책을 읽으니 평생 돈도 안 들이고 제공해줄 수 있는 고단위 인생의 영양제가 있는데 그게 바로 칭찬과 격려란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고단위의 영양제를 빠뜨리고 편식을 시키며 골고루 성장하기를 바란 미련한 나를 발견한다.
소유하고 있어도 가진 줄 모르면 감사의 조건을 하나 잃게 되는 것 같다. 칭찬과 격려로 가지고 누리고 있는 걸 확인시킴으로 세상에서는 당당하고, 하나님 앞에서는 감사의 조건들이 넘치는 부유한 삶을 살아야겠다.
위 글은 교회신문 <9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