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해와 가난한 마음

등록날짜 [ 2007-01-10 11:19:00 ]

정해(丁亥)년이 밝았다. 새해가 되면 관습처럼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주고받지만 특히 올해는 황금돼지해라고 그 어느 때보다 부에 대한 기대들로 떠들썩하다. 올해에 아이가 태어나면 재물 복과 운수가 좋다고 출산을 기대하는 부부들이 아주 많다고 한다. 상점마다 금빛 돼지저금통과 그림이 가득하고 행운을 주는 각종 이벤트도 한창이다.
사실 황금돼지해가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명리학적 근거가 전혀 없기도 하거니와 붉은 돼지를 길조로 여기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중국의 풍습이다. 그러나 풍습의 기원을 떠나 사람의 운명이 특정한 사주와 팔자에 좌우된다는 사고야말로 비합리성과 미신의 전형이다.

작년엔 쌍춘년에 결혼을 하면 길하고 복을 누린다고 결혼을 서두른 커플들이 많아서 예식장과 결혼 관련 사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보니 운세와 역술을 이용한 기업들의 얄팍한 상술에 사람들이 쉽게 말려든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유난히 요즘 사람들이 부와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큰 것이 이유라 하겠다. 한때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최고의 유행어로 회자되기도 했거니와 교보문고가 집계한 작년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성공과 처세술에 대한 책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그 뿐인가. 전국의 집값이 미친 듯 뛰면서 온통 투자와 재산증식에 대한 관심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런 추세에 부응하여 신문의 경제면은 온통 재테크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기사와 성공사례의 소개로 도배가 되곤 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집 한 채 없거나 재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덜떨어지고 무능한 사람처럼 취급된다. 심지어 교인 중에서도 하나님의 축복을 물질적 풍요와 동일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성경은 오히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마5:3)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은 천국에 가기 위해 가난해져야 한다는 말도 아니며 심령의 가난이 꼭 물질적 부에 반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성경은 욥처럼 부자이면서도 마음이 가난한 의인의 경우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령이 가난해야 한다는 말은 유한한 육신과 세상에 대한 욕심에만 집착할 때 영원한 것,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낳고 탐욕으로 가득한 마음엔 사랑과 진정한 영혼의 구원이 들어설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건강유지에 단식의 효과가 크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체계적 프로그램을 가지고 단식을 실행시켜주는 곳이 늘고 있다. 단식이 음식물을 통해 유입된 몸 안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주고 정신을 긴장시켜 몸의 저항력을 새롭게 키워주기 때문이다. 비움을 통해 몸의 균형을 되잡고 신체를 정화하는 것이다.
과도한 영양섭취보다 절제된 단식이 신체건강에 도움이 되듯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도 적절한 비움과 배출이 필요하다. 탐심과 미련을 버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돼지해를 맞아보자. 그 빈자리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들어서도록….

위 글은 교회신문 <10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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