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처럼

등록날짜 [ 2007-03-06 18:17:24 ]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연예인들과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고 있다. 연초에도 젊은 여배우가 갑자기 목숨을 끊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살 현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 스타 연예인들의 자살 때문에 세인들의 관심이 갑자기 커져서 그렇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자살 수치는 가히 충격적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죽은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의 1.5배가 넘었으며, 자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자살자는 2001년 6천933명, 2003년 1만932명, 2005년 1만2047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서로 자살을 도와주거나 집단 자살을 감행하는 모임인 인터넷 자살 사이트도 급증하는 추세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의 50프로가 넘는 비율이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한다. 가히 자살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자살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IMF이후 빈부격차가 커지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한 요인이다. 유달리 빠르게 급변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전통적인 인간관계의 해체도 고독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개인들을 도처에서 양산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사회적 출세를 목표로 삼게 하면서 남보다 무조건 앞서라고 과도한 경쟁심만 부추기는 교육풍토도 청소년 자살 증가에 한몫을 한다. 이외에도 많은 요인들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을 꼽으라면 삶의 소중함과 감사를 알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천박한 물신주의 문화를 지적하고 싶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극도의 자기 비하감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삶의 가치를 자신의 내면적인 것, 작은 것에서 찾기보다 외적인 것에서 찾고 남이 가진 떡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은 현재에 감사하기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자신이 쌓아 놓은 것을 잃을까봐 늘 불안해한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기에 사소한 자존심의 상처도 감당하기 힘든 재앙이 된다. 가난한 사람, 어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불행만을 한탄하면서 자신보다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모두가 더 갖고 더 높아지려고만 한다.

물질이나 명예가 사람에게 필요하지만 절대로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 온갖 부귀와 권세를 누려본 솔로몬이 많은 재물과 영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고 잠언에서 고백하지 않았나. 삶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아주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행운이 주어져도 만족할 줄 모르고 더 큰 것을 찾는다.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폐렴으로 죽어가던 주인공은 비바람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단 하나의 잎사귀를 보면서 용기를 얻고 병을 이긴다. 비록 잎새는 가짜였지만 삶에 대한 경이감과 희망을 그에게 주었던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자. 그리고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마지막 잎새가 되어보자.

위 글은 교회신문 <10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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