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들의 흉탄에 목숨을 잃은 배형규 목사(42)의 사망이 공식 확인된 후 가족들은 비통과 절망에 빠졌다. 칠순 노모는 “우리 불쌍한 아들 어쩌면 좋으냐”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졸지에 가장을 잃은 부인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배 목사는 자신의 생일인 7월 25일 비명에 갔다. 특히 그가 자신의 시신을 의료연구용으로 기증키로 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숙연케 했다.
의료선교 활동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던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7월 19일 납치됐다. 지난해 3월 이후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의해 자행된 여덟번째 외국인 피랍 사건이기도 하다. 이라크에서 발생한 고 김선일씨 사건이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피랍 사건이 또 일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간에는 이번 피랍 사건을 두고 ‘무책임한 봉사행위’ 또는 ‘대책없는 선교활동’이라며 비난하기도 하였다. 정부에서 이미 출국을 자제해줄 것을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선교를 떠나 온 국민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사회가 불안하고 목숨에 위험이 있다고 해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 의료 봉사와 복음을 전달하는 일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값진 일이며 숭고한 일이기 때문이다. 120년 전에 한국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식민지의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펜젤러, 언더우드같은 선교사가 찾아왔다. 그들이 오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기독교의 발전도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땅의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달려온 이들이다.
어쨌든 지금은 피랍 한국인들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이들의 무사 석방을 위해 아프간 당국은 물론 미국 등 우방과 긴밀히 협력하는 등 외교적 역량을 다하고 있다. 우리도 이들이 무사귀국할 때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1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