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7년의 마지막 달에 이르렀다.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되새기려 들면 스쳐 지나간 시간들은 이미 아득한 저편에 멀찍이 물러나 있어 기억의 시야에 잘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얼마나 숨 가쁘게 달려왔는지 모른다. 우리 모두 각자 나름대로 설정한 계획과 일정을 가지고 한해를 달려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위와 같은 자신의 계획과 일들이 하나님이 주신 비전, 사역에 대한 소명과 일치하기를 바라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삶을 영위하면서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어떻게 하면 나의 삶이 주께 드려지고 주와 동행하는 삶을 살 것인가일 것이고, 실천적인 면에서는 악한 때에 세월을 아껴(엡 5:16) 훗날 주님으로부터 잘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일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필자는 후자의 관점에서 지금까지 될 수 있으면 삶의 계획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세워 일분일초를 아껴 더 많은 일을 하며 살려고 노력하여 온 것 같다. 아마 주변의 그리스도인들 중 상당수도 그런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은연중에 일 중심의 사고가 심중에 자리 잡게 되어 항상 마음이 분주해지고, 일의 과정보다는 빠른 결과를 원하기 십상이었다.
이용규 선교사는 그의 저서 ‘내려놓음’에서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열심히 물리적인 시간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중요한 하나님의 기회(카이로스)를 잡는 데는 소홀할 수 있다. 무의미하게 믿음 없이 반복하는 일들이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애써 추구하는 일들이 하나님 보시기에는 무의미한 반복일 수 있다. 우리가 신앙생활이라고 믿고 행하는 일들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하나님의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일 중심의 사고와 생활방식이 반드시 그릇된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대부분 긴장관계에 있는 세상일과 교회 일의 사이에서 균형까지 잡아야 하는 대다수의 그리스도인에게는 빠지기 쉬운 쳇바퀴인 것 같다.
미리 세워진 계획에 따라 세상일은 물론 교회 일까지 분주하게 해 나가는 것이 스스로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주님과의 친밀한 교제가 없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무의미한 반복에 그칠 뿐일 것이다. 중심에 나와 나의 계획이 자리를 잡고 있는 한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를 예민하게 느끼며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카고 윌로우크릭 교회의 Bill Hybels 목사도 그의 저서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에서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분주한 삶의 속도를 늦추고 하나님과 은밀한 교제의 시간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제 2007년도 열흘 남짓 남았다. 이 한해를 결산하면서 그동안 어떤 일을 얼마나 하였는지보다는 하나님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하나님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지를 생각하면서 이제 새로운 한해의 다짐을 새롭게 하려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