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

등록날짜 [ 2008-01-23 10:41:53 ]

얼마 전, 이어령 교수의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어령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련 석학이자 최근에는 기독교로 회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로댕의 대표적 조각품인 ‘생각하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보편적으로 사람이 턱을 괴고 팔꿈치가 무릎에 닿아 생각하는 자세를 취하면 오른쪽 팔꿈치가 오른쪽 무릎에 와야 정상인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오른팔이 왼 무릎에 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얼굴 자체가 굉장히 고뇌에 차 있죠. 왜 오른팔이 왼 무릎에 닿아 있을까요?” 이어령 교수는 이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등이나 허리가 뒤틀린다고 합니다. 그럼 조각가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자세로 조각했을까요. “로댕은 이 조각물을 통해 인간의 원죄와 삶의 고뇌,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천국과 지옥은 있는가. 있다면 지옥은 얼마나 참혹한 현장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다 보니 그런 뒤틀린 자세가 나오게 된 것이지요.” 이어령 교수의 말에 저도 참으로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로댕의 말년에 제작한 ‘지옥의 문’ 위에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봐서는 그 말이 맞을 것입니다. 사실 이어령 교수의 강연을 듣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처음으로 ‘지옥의 문’이라는 조각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정말 놀라웠습니다. 새삼 로댕이라는 사람이 새롭게 보이네요. 자신의 달란트인 조각으로 지옥을 형상화하여 일반 모든 대중들에게 알렸다는 것이 참으로 위대하게 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제가 가진 달란트로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받은 것은 왜 이리 작으냐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비록 작은 것을 받았다 할지라도 그것을 큰 것으로 보일 수 있도록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나가야겠다는, 그래서 작은 일에 충성하여 큰일을 맡아야겠다는 야심. 뭐 그런 생각 말이죠.

위 글은 교회신문 <12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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