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UNICEF 국제연합아동기금)가 올해 1월 22일 발표한 ‘2008 세계아동현황 보고서'의 내용은 가이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도 전 세계 많은 어린이가 기근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일 2만 6천명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영양실조를 겪는 5세 미만의 아이들도 그 수가 무려 1억 4천3백만 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대부분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많으며 기초적인 보건시설의 미비와 만성적인 식량부족이 사망의 원인이다. 거기에 이라크, 케냐, 팔레스타인처럼 전쟁과 분쟁이 겹쳐지면 그 피해와 참상은 말로 다할 수 없으며 제일 고통을 받는 것이 천진한 어린이들이다.
제3세계 아이들의 불행이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구체적인 참상을 우리가 목격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계처럼 3초에 한 명씩 아이들이 죽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원래 인간은 자신의 주관적 처지와 경험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버릇이 있기에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타인의 고통을 절실히 느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노력을 기울여 죽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자.
아이티 빈민가의 어린이들은 식량이 없어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고 한다. 진흙 쿠키를 시험 삼아 먹어 본 사람에 따르면 “입에 넣는 순간, 입속이 사막처럼 메말랐다"며 “먹은 지 수 시간이 지나도 그 까끌거리는 느낌이 생생했다"고 한다. 진흙 쿠키는 영양섭취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각종 독성물질과 기생충이 많아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현재 세계인구의 약 20%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나라의 어린이들은 말라리아, 설사 등의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캄보디아의 5세 이하 어린이들의 약 20%가 설사를 앓고 있는데 벌레가 떠다니고 냄새 나는 불결한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2006년 캄보디아 어린이 1000명 가운데 90명이 태어난 지 1년 이내에 죽었다고 한다. 단돈 500달러(약 50만원)만 있으면 땅 밑 깊숙한 곳에 우물을 파서 한마을 사람 모두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거기에 못 미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형편으로는 꿈같은 이야기다.
다행히 최근 들어 다각적인 원조와 구호활동을 통해 아동 사망률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일정한 성과도 거두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제3세계 빈민들과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각종 구제 프로그램이 활발하고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우리가 손을 놓고 구경하기엔 사태가 너무 절박하다. 조금씩만 절약하여 후원하고 노력을 모은다면 덧없이 죽어가는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고 굶주림과 절망에 몸부림치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처럼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 돕는 것은 믿는 사람의 당연한 본분이기도 하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하자.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