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이목이 티베트에 다시 집중되어 있다. 지난 10일 수도 라싸에서 승려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한 이후 소요사태로 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대규모 학살의 조짐까지 보인다는 외신들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영토의 8분의 1을 차지하는 티베트는 58년 전인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으로 중국에 복속되었고 이후 서장장족자치구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행정단위에 편입되었다. 1986년에는 덩샤오핑의 지시로 서남공정이 시작되어 2006년 마무리되면서 티베트는 선조들의 역사를 잃고 중국의 일부가 되었다. 중국은 지금도 한족들을 티베트로 대거 이주시키고 2006년 7월 ‘하늘열차’로 불리는 칭짱철도를 개통하며 티베트의 중국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티베트는 중국에 강제 합병된 이후 항상 중국의 정치적 불안요인이 되어 왔다. 1959년 라싸에서의 대규모 봉기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고, 1989년에는 달라이라마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나는 등 티베트인들은 여러 차례 독립을 위한 유혈투쟁을 벌였지만 그 때마다 중국의 강경진압으로 수많은 사상자만 낸 채 좌절되었다.
이같은 티베트의 분리독립운동은 중국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어 있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56개 소수민족을 관할해야 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티베트 문제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사태가 ‘동투르키스탄 공화국’ 건설을 목표로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는 신강위구르자치구 이슬람계 민족에 미칠 영향에 중국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베이징 올림픽이 치러지는 올해를 중화민족 부흥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성공적 올림픽 개최에 국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티베트 사태는 악재 중 악재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체첸에 비견될 만큼 이렇게 골치 아픈 티베트에 중국은 왜 집착할까? 한반도의 6배가 넘는 면적에 270여만 명이 사는 티베트는 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 자체 조사 결과로도 철과 구리, 우라늄, 크롬 등 100가지가 넘고 우리 돈으로 12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정학적으로도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티베트는 완충지대로서 중국에게 보물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역으로 이런 잠재력을 가진 티베트를 분리 독립시켜 주는 일은 중국으로서는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티베트와 중국의 이런 관계에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만은 없는 것이 동북공정 때문이다. 중국은 티베트에 대해서는 서남공정, 신강위구르자치구에 대해서는 서북공정, 한반도에 대해서는 동북공정을 추진했다. 2002년 언론을 통해 한국에 처음 폭로된 뒤 2006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동북공정은 지금 북미간 핵 위기에 가려 잠시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 핵 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중국은 준비했던 동북공정을 끄집어내 고구려가 고대 중국 지방정권의 하나였다고 강변하고 북한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최대 영토를 자랑하는 중국은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틀에 이웃 나라들의 역사와 영토까지 우겨 넣으려 하고 있다. 칭기스칸은 중국의 소수민족 출신이며 따라서 몽골도 중국의 역사이고 베트남의 고대국가 역시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할 만큼 중국의 영토적 야욕은 끝이 없다. 더구나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효력을 상실한 공산주의 대신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중화민족주의를 공공연히 조장하며 중국 인민들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티베트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위 글은 교회신문 <13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