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고르바초프(77) 前 소련 대통령이 기독교 신도임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탈리아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의 무덤을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다. 소련의 마지막 공산주의자 지도자였던 고르바초프는 딸 이리나와 함께 프란체스코의 무덤 앞에서 30분간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그는 “내게 성 프란체스코는 또 다른 그리스도"라며 “그는 나를 매료시켰고 내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으로 고르바초프가 겉으로는 무신론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은 기독교도일 것이라는 수십 년간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또 지난 1989년 이뤄졌던 고르바초프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의 만남도 재조명되게 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3월 19일자에 따르면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신앙고백을 하였으며, 그의 부모도 기독교도였다. 특히 그의 장인, 장모는 신앙심이 아주 깊었으며,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집에 기독교와 관련된 소장품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처형되었다.
고르바초프는 1989년 당시 서기장으로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이끌었으며, 1991년 12월 25일 소련의 붕괴를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 이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를 추구하는 러시아 연방이 탄생하면서 정교회가 러시아의 민족종교로 부상하기도 했다. 러시아인들은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종교를 물으면 정교회 신도라고 말하곤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냉전시절 측근들에게 아무래도 고르바초프가 ‘남들 모르게 기독교를 믿는 사람(closet believer)’인 것 같다고 수도 없이 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도 평소 1990년대 초반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주도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서 감화를 받아 정치권 입문을 결심했다고 말하곤 했다.
현지 일간 ‘라 스탐파’는 고르바초프의 이번 아시시 방문에 대해 ‘정신적 페레스트로이카(개혁)’로 묘사하기도 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3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