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대단히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성적인 것을 문화의 소재로 삼거나 공공연하게 토론하는 것을 극도로 터부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쾌락을 즐기고 탐닉하면서 성적 일탈에 관대하다. 현 실태를 보라. 온갖 형태의 변태적인 성 산업이 번창하고, 성과 관련된 경제활동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성 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대략 80만을 헤아리며, 성매매 관련 산업의 경제규모도 대략 24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내 총생산의 4.4% 규모이다. 직장이나 학교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이나 성추행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의한 성희롱이나 여성폄하 발언은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위선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양에서 일어난 예슬이, 혜진이 살해사건도 성적 충동이 범죄의 주요한 동기였다.
한국인들이 유달리 성욕이 강하고, 난폭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최근에 불거지는 여러 사건과 성추문은 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중성과 가부장제 문화, 그리고 성에 대해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이 깊다. 서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성적 본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면서 그것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출하도록 유도하고, 남녀의 대등한 상호관계와 협력을 강조한다. 성교육이 일찍부터 이루어지고, 건전한 이성교제가 권장되며, 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전문가들과 쉽게 상의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사회는 성에 대해 토론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면서 회피한다. 그러면서 성적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거나, 아니면 제도와 법률을 통해 강압적으로 억압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성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갖기 쉬우며, 성적 갈등이나 고민을 극단적으로 풀기 쉽다. 특히 유교적 가부장제 문화는 상대적으로 남성의 성적 향락이나 외도에 대해 너그러우면서, 여성을 성적인 주체로 보지 않고 대상화하는 폐단을 낳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성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낙태, 부부 외도, 원조교제, 애인 대행, 다양한 성매매, 집단 성폭행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성적 타락의 양상은 그 정도가 심각하며, 성범죄 발생률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성적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잘못된 성 의식이 우리 사회를 병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초의 남녀인 아담과 하와의 사랑과 결합을 하나님이 직접 축복한 것에서 보듯 기독교는 부부의 건전한 사랑과 성을 긍정한다. 그렇지만 소돔과 고모라처럼 성을 향락의 도구로 변질시키면서 쾌락에 치우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이제 교회가 앞장서서 그릇된 성적 타락을 비판하고 성에 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가치관과 방종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성추행이나 외도를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면서 넘어가는 잘못된 남성중심주의 성 문화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로마의 예에서 보듯 국가의 종말은 언제나 성적 타락에서 시작된다.
위 글은 교회신문 <13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