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강의석 씨와 관련된 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강의석 씨가 미션스쿨인 대광고등학교 재단이 자신에게 예배 참여를 강요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위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었다. 필자는 위 사례에 상당한 폭발력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법치주의의 토대가 세워져 있다. 법치주의와 법의 지배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긍적적, 부정적 양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이는 모두 ‘종교의 자유’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천국의 시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세속적인 국가 내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일원으로서 법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그 두 가지 신분의 근본적 차이에서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이는 국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을 규율하는 법이 우리 헌법에 정교분리의 원칙이 규정되어 있는 이상 필연적으로 ‘세속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위 문제와 관련하여 미션스쿨에서의 종교교육, 종교적 병역 거부 문제는 이미 현실화되었고, 우리 사회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볼 때,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 있었던 사회적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은 인종적 구성이나 문화적 다양성, 법의식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대세적 흐름은 같기 때문에 위 문제를 살펴봄에 있어서 선도적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종교의 자유는 주로 헌법상 기본권의 문제로 다뤄지는데, 기본권으로서 종교적 자유가 보장되기도 하지만 권리의 속성상 공공복리 측면의 제한이 가해지는 등으로 일정한 한계가 있게 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 실현의 자유와 함께 국가의 종교 창설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서 해석상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일반적인 단체들과 더불어 종교적 기관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 공립학교는 물론 미션스쿨 내에서 수업 전 기도를 하는 것 등이 위와 같은 종교창설금지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등의 문제들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연방 대법원은 1971년의 Lemon 대 Kurtzman 사건에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법이 위 종교창설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으려면, (1) 법이 세속적인 입법목적을 가져야 하고, (2) 법의 주된 효과가 종교를 권장하지도 금지하지도 않아야 하며, (3) 법이 정부와 종교가 지나치게 연관되는 것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미연방 대법원은, 공립학교에서 정부가 종교적 활동을 후원하는 것(예를 들어 공립학교에서 성경 읽기, 자발적인 묵상기도 시간, 다른 학교와의 축구경기에서 학생 주도로 이루어진 경기 전의 기도 등)은 위헌이고, 초·중등 미션스쿨에 대한 정부의 건축보조금 지급, 교사 봉급 지원 등도 위헌(다만, 대학의 경우는 학생들의 연령상 종교적으로 교화될 위험이 적어 위와 같은 정부 지원은 대체로 위헌이 아니다)이라고 판결하였다.
다만, 미션스쿨은 물론 공립학교에 대하여도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정부의 지원(예를 들어 건강검진, 통학버스 지원 등)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위와 같은 미국의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향후 종교의 자유문제와 관련하여 종교사학이나 기독교 단체가 현재보다 더 운영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권리의식 신장으로 지금까지는 당연시하거나 묵인되어왔던 많은 관행들이 다투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14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