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의 눈과 표정을 보면서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건청인(일반인)사회에서 흔히 ‘눈도장을 찍는다’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농사회(청각장애인 사회)에서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각을 통한 주변 상황의 인지가 불편한 농인들은 시각에 의존하여 많은 정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농인을 만나서 인사를 나눌 때는 한 번에 한 사람씩 인사를 하며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수화교실 보조강사로 활동하는 나도 눈도장을 제대로 찍지 않아 때로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길 때도 있다. 수화강의 때 종교나 시사 등 사회적인 문제거리가 되는 주제를 강사가 전하면 학생들에게 수화로 전달해 줘야 한다. 여러 명에게 전달할 땐 잠시라도 상대방을 보지 않으면 자칫 말의 앞뒤가 끊겨 전혀 다른 뜻이 전달되곤 한다. 그럴 때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 눈도장을 찍으며 반복해서 수화를 해줄 필요가 있다. 어느 날은 똑같은 내용을 수차례 반복할 때가 있어 애를 먹지만, 끝까지 사랑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농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할 때마다 담임 목사님이 떠오르곤 한다. 담임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를 가르치시려고 하지만 성도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오해하여 불만불평하며 불순종할 때, 그것이 죄인 것을 가르치시며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복받기를 온전히 이룰 때까지 반복해서 선포하시곤 한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사랑을 가지고 끊임없이 눈도장을 찍으며 수화로 의사를 전달할 때마다 하나님의 뜻이 오해되거나 끊이지 않도록 거듭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의 심정을 알게 하시고 나도 열심히 눈도장을 찍게 하심에 감사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14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