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지구촌 최대 화제의 하나는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일 것이다.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때만 해도 그가 대통령에 선출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온갖 인종적 편견과 백인 우월주의를 극복하고 마침내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많은 사람들이 도저히 불가능해보였던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인종, 출신, 정치적 배경으로 볼 때 철저히 비주류 집단에 속하는 오바마의 당선은 실추되어 가던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새롭게 하고,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통합에 기반한 미국 문화의 포용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기회가 되었다.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오바마가 심하게 분열된 미국 사회의 상처를 치료하고, 많은 미국인이 기대하는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실현하며, 미국의 소프트 파워 리더십을 새롭게 강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그가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어 하는 대통령은 남북전쟁으로 두 동강이 날 뻔했던 미국의 대통합과 화해를 실현한 링컨이라고 한다. 링컨은 노예해방을 실현했을 뿐 아니라 촌뜨기라고 그를 무시했던 정적들을 포용하면서 미국의 재도약을 가져온 위대한 대통령이다.
오바마에 버금가는 감동적 드라마를 이미 오래 전에 실현한 인물을 우리는 성경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니 그가 바로 요셉이다. 요셉은 당시 세계 최강의 나라였던 이집트에 비천한 노예로 팔려 온 히브리 사람이다.
절대 왕정의 이집트에서 외국인 노예는 사람이 아니라 거의 짐승처럼 대우를 받았다. 거기다 요셉은 상관의 부인을 강간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죄수였으니 오바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조건에 있었다.
그런 그가 왕을 대리하는 총리대신까지 올라 이집트를 다스리면서 이 나라를 실질적인 열방의 중심이 되게 만들었고,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 정착시키기까지 했으니 요셉의 업적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요셉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그의 정치적 업적과 화려한 치세가 아니라 그가 신실한 신앙인이었고 화해와 용서를 몸소 실현한 통합의 정치가였다는 사실이다.
유달리 선민적 자부심이 강한 이집트에서 일개 외국인 노예가 꿈해몽을 잘했다고 해서 대번에 총리로 발탁되기는 힘들다. 아마 바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해박한 경륜과 행정가적 자질과 안목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리고 요셉을 겪은 주변 사람들의 평판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실한 모습이 왕과 신하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총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옛날에 자신을 인신매매한 형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도 요셉의 넉넉한 인품을 엿볼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많은 기독인들이 다양한 공직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는 이념적·계층적 갈등과 반목이 심하고 편 가르기가 횡횡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통합되고, 증오와 대립을 극복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일을 감당할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요셉 같은 기독인 공직자들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14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