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0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기독교의 신도 수와 교직자 수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독교는 신도 수가 1,192만여 명으로 6년 전보다 무려 36%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일부 민족종교를 제외하고 다른 종교들은 모두 6%에서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통계는 각 종단이 자체 집계한 것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허점이 많다. 이 통계대로라면 전체 종교인 수는 8,260만 명으로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1개 이상의 종교를 믿고 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런 허점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통계의 문제점에도 기독교 인구 감소 추세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또 한 가지 한국 기독교에 암울한 소식이 있다. 이번에는 신도 수가 아닌 신뢰도 문제다. 최근 기독교 윤리실천운동과 CBS 등이 여론조사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08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한 반면, ‘불신한다’는 비중은 48%로 높게 나타났다.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타 종교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결론이다. 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80%는 기독교인이어서 믿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도가 거의 바닥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다 한국 기독교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반감, 신도 수 감소를 ‘세상이 예수님을 싫어하니 우리까지 싸잡아서 싫어하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아니면 말세에 교회에 대한 핍박이라고 넘겨버릴 만한 것인가?
여론조사에서 ‘한국 교회가 신뢰도 제고를 위해 바뀌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살펴보자. 먼저 ‘교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언행일치’가 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타종교에 대한 관용’이 26%, ‘사회봉사’129%, ‘재정 사용의 투명성’11.5% 등이었다.
이런 통계가 나오기에 앞서 개인적으로도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믿지 않는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종교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타 종교보다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들의 비난은 기독교가 권력자, 가진 자의 편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겉으로는 사랑과 용서, 화해를 말하지만 누구보다 권력과 부, 출세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또 눈 앞의 이익에 악착스러울 만큼 집착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에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간단히 말해 기독교인들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곳곳에서 출세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한국의 대통령들을 비롯해서 정관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 등 정치,경제, 사회 각 분야에 기독교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유명하고 권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수가 기독교인이면 전도도 더 수월해야 하고 기독교가 더 인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순리인데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기독교가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종교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예수님께서는 없는 자, 억눌린 자, 굶주린 자를 위하라고 하셨는데 왜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가진 자, 힘있는 자의 기독교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가?
혹시 우리가 하나님을 출세와 명예, 부를 쌓는 사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교회에 나오는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 윤석전 목사님이 교회에 성경책 가방만 들고 다니지 말고 예수를 믿으라고 목이 터지게 설교 하시는데 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인가? 예수 믿는 사람인가?
예수님께서는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절)고 하셨는데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얼마나 적합한 행실을 보여주고 있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예수 믿고 싶어질까? 믿기 싫어질까?
신앙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 행실이 좋지 않아 하나님께서 사람들로부터 욕을 들으신다면 얼마나 가슴 아프고 두렵고 떨리는 일인가?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 7:21)
위 글은 교회신문 <15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