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만류와 반대에도 북한은 4월 5일 11시 30분 15초에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예고된 발사였지만 국제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북한은 발사가 성공적이어서 인공위성 ‘광명성 2호’가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분위기를 돋우었다. 북한의 이 같은 분위기 띄우기는 대내외적으로 정치군사적인 의미와 직결되어 있다. 9일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기 체제를 출범시켰고 15일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 25일은 인민군 창건일로 북한은 정치행사, 기념일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은 이를 체제정비와 내부단속의 호기로 삼고자 한다.
외부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지구 상에서 여전히 강력한 국가사회주의가 작동하는 수령제 독재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북한은 강고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 체제이완 현상을 겪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김정일 정권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국가를 믿고 버텼던 주민들을 중심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탓이다. 더구나 김정일은 김일성만큼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못하다. 외부로부터는 중국과의 접경지역을 통해 남한 소식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고 탈북자는 매년 더 늘고 있다.
체제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쇠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최근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회복을 담은 영상물을 공개했지만, 지난해 8월 쓰러진 이후 건강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올해 68살의 김 위원장은 보통 사람 같으면 노년을 여유 있게 즐길 때이지만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결정을 내리는 통치 스타일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후계구도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그리고 든든히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절박하다. 또 3년 후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체제 정비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을 받아내고 경제발전을 이뤄야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개선 없이는 요원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 안에 두고 있지도 않은 듯하다. 가장 후하게 평가하는 경우 북한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 가운데 6, 7위 정도이고 20위에서 25위 사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미국의 대북 전문가는 북한 문제가 10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미국이 북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비롯해 산적한 국내 현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란 핵 등으로 대변되는 중동문제 등이 미국의 국익에는 더 사활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겉돌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급한 북한은 미국을 향해 빨리 자신과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라고 외치는 것이다. 이 같은 북미 간 패턴은 핵위기 발발 후 지난 20년 동안 나타나고 있다.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실패로 규정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애써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다.
그렇다고 북한 문제를 무작정 방치해 둘 수도 없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무시하고 방치한 끝에 핵실험까지 하게 하는 낭패를 맛본 바 있다. 외면당한다고 생각할수록 북한은 더욱 강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위 글은 교회신문 <15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