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

등록날짜 [ 2009-05-11 18:15:22 ]

예전 직장에서 눈에 띄는 여사원이 한 명 있었다. 동갑내기였는데 키가 워낙 커서 웬만한 남자 사원들보다 컸다. 당시 그 회사의 국가대표 배구선수였던 그녀는 동료가 한창 선수생활을 활발하게 하고 있을 때였건만 사무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고 서류들을 정리하며 지내고 있었다.
사연인즉, 시합 중에 부상을 당해 아킬레스건(腱)에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나 선수생활을 유지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정되어 소속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전환하여 근무하게 된 것이었다. 국가대표선수로서 운동만 바라보고 살아온 날들을 접고 사무직으로 전환하면서 절망과 좌절이 있었을 법도 한데 그녀는 항상 밝은 얼굴이었다.
종종 주변에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가 어떤 사고로 인하여 그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운동하는 사람에게 있어 아킬레스건 손상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결국 선수생활을 접고 다른 길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신앙생활에서도 종종 아킬레스건을 만날 때가 있다.
내 속에서 찾아내는 크나큰 약점들. 악한 마귀역사는 그 약점들을 이용해 믿음에서 떠나게 만들려고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그 약점 때문에 좌절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힘이다. 물론 누구나 약점을 통해 믿음이 견고해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겸손히 그 약점을 주님 앞에 내려놓는 사람, 그 약점을 통해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사람, 그 약점을 이기기 위해 무릎 꿇어 기도하는 사람, 즉 주님의 도우심을 통해 약점을 극복하는 사람만이 신앙의 도약을 경험하게 된다. 인생에 바닥이 있을까?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처한 그곳이 ‘바닥’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현실을 주님의 도우심을 통해 일어설 때 그곳이 진짜 ‘바닥’일 것이다.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좌절과 절망 가운데 있다면, 바로 그곳을 바닥으로 만들고 일어서도록 주님께 나아가 보면 어떨까.

위 글은 교회신문 <15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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