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내리는 여름, 시원한 물 한 잔이 더없이 고마운 요즘이다. 한국 여름 날씨가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로 변화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여름 날씨에 비하면 시원한 편에 속한다. 일본에선 걷지 않아도 땀이 비 오듯 내리는 날씨가 여름 내내 계속된다. 한국의 경우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선풍기 바람이 오히려 더 고통을 준다. 19년 전 일본에서 첫 번째 여름을 선풍기만으로 버티었던 것을 생각하면 에어컨 바람만 찾는 요즘 나의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일본의 여름 날씨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한국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일본 사람들에 대한 컬쳐쇼크였다. ‘괜찮아’, ‘대충대충’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나에게 이런 단어들이 통하지 않는 곳에 와 있구나 하는 쇼크는 일본의 여름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상 앞에서 책과 씨름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남아 있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기독교가 왕성했거나, 왕성한 나라들은 거의 선진국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만은 예외이다. 이상한 일이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봄에 씨앗을 심고 가꾼 농부의 땀의 결과는 풍성한 결실을 맺는 것이 하나님께서 세운 원칙이기 때문에 ‘괜찮아’, ‘대충대충’이 없는 일본 사람들의 결과는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과 같이 일하다 보면,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나로선 답답할 때가 많다. 업무 진행 상 회의는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머리카락을 하나씩 세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일의 결과를 보면 치밀하고 철저하게 일의 진행 과정을 점검하고 체크하는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회의를 통해 개인의 주장을 조절하여 하나의 주장, 하나의 색만 나타나게 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이것쯤은 괜찮아, 하나님 말씀은 대충대충, 하나님 앞에서 내 주장만하고 과정이 없는 결과만 바라보는 어리석은 나의 모습을 또 발견하게 된 더운 여름날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6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