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10월이 고비

등록날짜 [ 2009-09-12 10:55:26 ]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북한은 세계를 상대로 ‘막가자는’ 듯 연일 무력시위를 벌였다. 4월 5일 로켓 발사와 5월 25일 2차 핵실험, 연이은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2차 핵 위기의 발단이자 7년 동안 완강히 부인해왔던 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의 시인 등이 그것이다. 또 3월 키리졸브 기간에는 군통신선을 차단하고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을 3차례나 차단, 반복하면서 극도의 긴장상태를 조성하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그러더니 7월에는 미 여기자를 불법 국경 침입 혐의로 체포하고 개성공단에서는 현대아산 근로자를 억류했다. 또 개성공단 토지 임대료와 근로자 임금 등을 다시 협상하자며 남한을 안팎으로 압박했다. 설상가상 동해에서는 위성항법장치 고장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을 넘어간 연안호를 억류했다.
그러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나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으로 불러들이더니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냈다. 조선신보는 8월 17일 김정일 위원장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청원을 모두 풀어주었다”고 하면서 이를 “북남교착타개의 돌파구”라고 평가하며 마치 교착상태 타계를 위해 노력해온 듯 돌변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억류 근로자 유 씨가 풀려났고 연안호도 돌아왔다. 금강산 관광객 신변안전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은 묘향산 오찬에서 현 회장을 통해 총사령관 이름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핵심 대남라인으로 ‘특사 조문단’을 구성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돌아갔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면담 직후 밝은 표정으로 잘 되었다며 만족한 듯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한만 호응하면 언제든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신호를 강력히 보냈다. 이어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을 정상화시키더니 이달 말에는 금강산에서 2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일견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보이지만 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뒤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전형적인 패턴의 반복이다. 북한의 공세적인 유화조치는 전략적인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됐으며 성공적인 로켓발사로 핵 투발능력까지 과시해 이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려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후계구도 안정과 2012년 강성대국 진입 선언을 위해 조급하게 서두른다는 관측도 있다. 어느 경우든 북한이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월을 고비로 북미간 협상 국면이 본격화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퍼져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이달 17일 150일 전투를 종료하며 체제단속을 일단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달 6일에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리는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음 달 10일은 북한 최대 정치 행사 가운데 하나인 당창건 기념일이다. 아직 미국의 대북 제재국면이긴 하지만 미국은 대북제재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은 내년 3월 세계 핵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고 5월 NPT 평가회의를 해야한다.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올해 안에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이제 이목은 우리 정부의 대응에 쏠려 있다. 북한의 공세에 쉽게 응하기도 무대응하거나 계속 부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북미간 큰 흐름을 놓치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6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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