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는 보통 무역수지 악화, 재정적자, 국가부채 증가 등 수치로 측정되지만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심각한 징후는 실업과 해고에 대한 공포일 것이다. IMF위기 이후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사십오세 정년) 등 신조어가 회자된 것처럼 사람들은 경제위기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동일시한다. 최근 들어 한국경제가 다소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고용시장은 위축되어 있다. 또한 예전에는 취업 자체가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인턴사원이나 임시직 등 이른바 비정규직이 늘어가는 것도 새로운 문제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2009년 3월 현재 33.4%로 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해고나 인원조정이 정규직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여나 복지가 아니라 이윤극대화를 절대과제로 삼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확대가 기업에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최근 LG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인건비 절감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 향상과 전문성,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려 오히려 총매출액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사람의 노동력과 생산성이 단순히 기계처럼 일률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동기나 작업에 대한 몰입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내가 하는 일에 신명을 느끼고 의욕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은 더 커지고 반대로 애착이 없으면 큰 성과를 내기 힘들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사원의 복지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정규직 채용비율도 높이고 있는데 이는 기업가들이 갑자기 사회적 책임의식을 느껴서라기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노동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3~4년 전부터 은행에서는 창구에서 일하던 인턴사원이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 기업 입장에서도 무한 경쟁시대에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면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지는 창조적 가치와 생산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경은 직접적으로 경영전략과 방침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우화나 교훈을 통해 우리들에게 깨우침을 준다. 필자가 보기에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는 사람을 다루는 것에 관한 탁월한 지침이자 성공을 위한 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며 각각의 재능에 맞게 달란트를 나눠주는 것은 능력과 전문성에 따른 적절한 업무분담과 책임성 부여를 뜻한다. 종들이 달란트로 알아서 장사를 하도록 허락한 것은 무한한 신뢰와 창의성을 키워주는 경영에 관한 암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것으로 충성할 때 갑절로 갚아주는 것은 동기의식을 키워주는 보상이고, 주인의 즐거움에 함께 참여시키는 것이야말로 종업원을 가족이자 동업자처럼 대우하는 화합의 리더십이다. 그 결과로 달란트는 두 배로 증가한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아닌가? 경영인들이여, 성경에서 지혜를 배우자.
위 글은 교회신문 <16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