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선덕여왕(이요원 분)이라는 인물이 드라마에 전면으로 나온 것도 처음(정확하지는 않지만)인 데다, 실존 인물인지조차 알 수 없는 ‘미실’(고현정 분)이라는 존재 덕인 듯하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사실 인물만 그대로 역사 속에서 가져왔을 뿐 사건의 연관성은 100% 허구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은 ‘정치’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덕여왕이라는 인물이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도 뛰어난 인물이라기에는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 성골 출신 남자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여자 신분으로 그 험난한 정치판에서 굳건히 나라를 지킨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꼭 나라를 더 강성하고 부강하게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신라는 선덕여왕 이후에도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국력이 쇠약했고, 어쩌면 멸망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이었다. 김춘추(후에 무열왕)가 당나라와 교섭을 맺은 것도, 외세의 도움으로 통일을 이룬 것도 어쩌면 나라의 존폐가 달린 위기감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후세 사람들은 당시 넓은 국토의 고구려가 한반도를 통일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하지만, 고구려는 망할 수밖에 없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고, 신라는 반드시 통일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었다. 그것은 고구려에는 없었던 위기감이, 신라의 모든 백성과 귀족을 비롯해 왕족에게까지도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의 위험은 오히려 내부의 강인한 결속을 가져온다. 이 강인한 결속이 결국 통일신라를 이루는 업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강한 사람은 곧 위기에 강한 사람을 말한다. 어렵고 힘들 때 뒤로 빠지고, 외면하고, 도망치는 사람은 결코 강해질 수 없다.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스스로를 긴장감 속에서 다그칠 수 있는 자만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네가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군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을찌니"(딤후2:3)라는 성경 말씀처럼 예수와 함께 고난을 견딜 수 있는 자가 그리스도의 군사로서 진정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7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