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가상(假想) 유언장 쓰기

등록날짜 [ 2010-05-10 13:54:28 ]

자신의 삶 돌아보는 ‘터닝 포인트’의 계기될 것
가족의 소중함과 영혼의 때를 더 값지게 만들어

4월 한 달 동안은 4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고로 인해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졌고 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가정의 행복이 무너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이 가족에게 한마디의 말도 전하지 못한 채 죽었다는 사실에 슬픔은 더욱 큰 것 같다. 순간적인 큰 충격은 핸드폰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나 역시 중학생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일하시던 가게에서 혼자 자던 어느 날 새벽, 연탄가스를 맡아 1시간만 늦게 발견됐다면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다. 그 시기가 천차만별이고 맞이하는 형태도 각각이다. ‘전쟁과 평화’를 쓴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조용한 곳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유언장을 작성하는 여행상품인 ‘유언 투어’는 판매되기 시작한 후 4개월여 만에 연간 판매목표를 달성했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직은 일반인들이 유언장 얘기하는 것을 꺼리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언장을 미리 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유언장은 죽음에 대비해 세상이나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 유산 분배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유언장 미리 쓰기’는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유언장은 꼭 죽음을 앞둔 사람만 쓰는 것은 아니다. 죽음이 임박했다는 가정 하에 유언장을 써야 한다.

유언장을 미리 써본 이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신과 가족, 그리고 현재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고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유언장 쓰기는 궁극적으로 남은 삶을 의미 있고 풍요롭게 살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 살다가 내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만 하면서 인생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의 참된 의미와 매순간의 삶을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는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남기셨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지금 이들에게 유언장을 쓴다면 무엇이라고 쓸 것인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고 반성해 보면 더욱 영혼의 때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현경섭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19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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