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9-13 15:33:21 ]
#1. 올봄부터 임신부와 갓난아기 등이 잇따라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행여나 심각한 전염병은 아닌가 하여 많은 국민이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이들은 폐 조직이 빠르게 섬유화가 진행되고 폐렴까지 겹쳐 결국 호흡 기능이 정지돼 죽어갔는데, 모두 가습기를 오랫동안 사용했고 가습기에 살균력을 지닌 세정제를 투입해 사용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가습기 살균제를 밀폐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일수록 그 피해가 심각했다. 간이나 신경 세포와 달리 폐 조직은 재생하지 않는다니, 폐 질환은 더 주의해야 한다.
이런 걱정스러운 뉴스를 접하고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게을러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가을철부터 날씨가 건조해지면 주부들은 집 안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부지런히 가습기를 작동하고, 거기에 청결을 위해서 세정제도 열심히 챙기게 마련인데, 무엇이 그리 바쁜지 가습기에 물 채울 정신조차 없이 살다가 결국 곱게 싸서 내다 버리고 대신 빨래를 실내에 널었다.
“내가 매일매일 내 아이를 조금씩 죽인 거예요” 하고 울부짖는 엄마의 말이 안타깝게 귓전을 때린다. ‘매일매일 조금씩’이 참 무섭다.
#2. 딸애가 요즘 자주 묻는 말이 있다. “엄마, 속는 게 뭐예요?” 몇 번을 설명해줬는데도 며칠째 계속 묻는다. 여섯 살짜리 아이에겐 아직 어려운 말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말로 설명하려니 쉽지가 않다. ‘속는 게 뭐더라’ 하고 한참 고민하다가 그 말을 어디서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교회 유아유치부라고 했다.
아하, 그랬구나. 그 말의 출처를 알고 나니 좀 쉬워졌다. 아니, 안심되었다고나 할까.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유아유치부에서 무얼 얼마나 얻을지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평소 아이의 말과 행동에서 느끼는 영향은 적지 않다.
“예수님이 거짓말하는 거 싫어하시잖아. 그런데 마귀가 거짓말하도록 자꾸 꼬일 때 넘어가서 거짓말하면 마귀한테 속은 거야. 나쁜 걸 좋다고 하고 좋은 걸 나쁘다고 하면, 그렇게 잘못 알도록 만든 마귀한테 속은 거지.” 그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또 묻는다. “누가 속은 건데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성경 읽어 달라, 기도해 달라 조르는 아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성경을 읽어 줘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고, 기도해 줘도 당장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콩나물이 쑥쑥 자라듯, 어린아이들에게 신앙교육을 꾸준히 해줄 때 아이들이 세상을 헤쳐나갈 힘도 점점 강해진다.
‘매일매일 조금씩’이 참 중요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위 글은 교회신문 <25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