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하프타임

등록날짜 [ 2003-12-29 14:52:51 ]

한진철. 나이 43세의 성공한 사업가. 운영하던 탄탄한 중소 전자기업체를 정리하고 인도 선교사로 떠남. 윤영국. 40대 중반의 성공한 내과 의사, 어느날 병원을 처분,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학비만 남기고 모든 재산을 정리 하여 여러 선교단체에 기부, 부부가 함께 러시아에 의료선교사로 떠남.

이상은 신앙 안에서 깊은 교제를 나누어 오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대학때부터 친했던 선배인 전자의 갑작스런 움직임은 제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지요.인도 방문 시 그곳 장애인들의 지옥 같은 삶을 보았고, 긴 시간 기도 끝에 인도의 버려진 영혼을 구하는 데 나머지 삶을 쏟겠다 결심했다고 출국 며칠 전 환송파티에서 그는 말 하더군요. 얼굴은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라고 했던가요? 그 때문인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생 업을 찾은 그의 빛나는 영혼은 얼굴에 번져 나던 평범한 미소마저 눈부시게 만들더군요. “인생의 후반전은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늘 말하던 소망을 그는 현실 속에서 이루어 내고 있었습니다.

인생 후반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길이지만 이것을 성공적으로 걷기는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경기 중 전반전에서 내지 못한 점수를 후반전에서 반드시 만회한다 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생의 전반전을 ‘업적’과 ‘성과’를 목표로 달려온 30대까지라고 한다면 그 후의 삶을 후반전이라 하는데, 이것은 이전 것과는 달리 신중하고 진지한 ‘의미’ 중심의 삶이지요. 다시 말해 선한 행실을 쌓는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반전된 삶! 이 둘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소화해 낸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지요. 많은 사람들이 중년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 또한 그 탓일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삶 속에서 변화가 요구 될 때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한 재충전의 기회 하프타임입니다.

성경 속에서도 이것은 잘 나타나 있지요. 여 동생 디나를 강간한 히위 족속 세겜과 그 일족을 몰살시킨 아들들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몰린 야곱에게 하나님이 명하십니다. 벧엘로 올라가서 거기 거하며 그곳에서 단을 쌓으라(창34-35)고 말이지요. 이 후에 야곱의 인생은 스스로의 삶에서 주께 의지하는 삶으로 변화됩니다. 이 반전된 삶 사이에 바로 예배의 회복이 있었습니다.

소란스럽고 열광적이었지만 그럭저럭 치뤄낸 둣한 전반전을 씁쓸하게 돌아보고 있는 요즘 저는 새로운 삶의 링에 오르기 위해 하프타임 속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기도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음성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입니다. 그 만남의 장소에서 비로소 마음의 가장 소중한 자리를 정직한 눈으로 바라보고 제 영혼의 가장 절실한 갈망의 소리를 듣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진정한 소명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기대해 봅니다. 하프타임의 터널을 빠져 나올 때 후반전의 링 위에서는 저 거인들(위에서 소개한 나의 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고 싶다고---잘 풀 수 있는 결코 어렵지 않은 문제를 꼼꼼이 들여다 보지 않아 틀린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 만난 하프타임 속에 더욱 깊숙이 잠겨보고자 합니다. 그러면 주님 만나는 날 인생의 달란트를 풍성히 남긴 충성된 종으로 칭찬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나친 욕심은 아니겠지요?

위 글은 교회신문 <4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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