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의 명품

등록날짜 [ 2004-02-25 14:53:16 ]

1년 넘게 실업자로 있는 K씨. 올해 나이 48세로 모 교회 집사이며 한 때는 탄탄한 중소기업의 중간 간부로 있던 그. 하지만 짧지 않은 실업자 생활 때문에 요즘 들어 생계에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K씨가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친구에게 구직 부탁을 하러 갔다가 거절당해 낙심하여 귀가 한 날, 접촉 사고 후에도 수리비가 없어 여섯 달 동안 찌그러진 채 타고 다니는 자신의 초라한 자동차를 보며 한숨 토하고 지하 주차장을 걸어 나오는데, 발치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금색 영국제 여성용 시계.’ 시계 유리 속에 보석들이 박힌 것이 꽤 비싸 보였지요. 귀가한 K씨에게 낯선 시계의 출처를 듣게 된 가족들의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전당포에 팔아요. 명품이면 값이 꽤 나간다던데” 영악한 고등학교 2학년 큰 딸아이의 의견. “나 줘요, 명품 한 번 차 보게.” 명품 못 가져 안달이 났던 중 3 둘째 딸. “둬 보았다가 찾는 사람 없으면 팔아서 당신 자동차 수리비로 씁시다.” 교회 집사인 아내의 말. 그런 중에 K씨는 그 시계가 진짜 명품인지 또 가격은 얼마인지가 슬그머니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날 동네 시계 집에 문제의 그것을 가져갔지요.

“이거 진짜 롤렉스시계네요. 적어도 5백만원 이상은 나갈 것 같은데.”
‘진짜 롤렉스시계!’ 20년 넘게 셀러리 맨 생활을 했지만 명품이란 것은 TV를 통해서만 보았던 터라,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롤렉스시계 진품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여기까진 보통 사람의 모습이지요. 그런데 그 이후가 달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긴 K씨. 이윽고 A4용지를 꺼내 무엇인가를 열심히 그렸습니다.

“이게 뭐야? 우리 아파트 주차장이잖아?”
둘째 딸아이가 궁금증 어린 표정으로 말했지요. 그 종이에는 명품 시계를 주운 위치가 표시된 약도 그림과 함께 다음의 글귀가 있었습니다.
‘00일 00시에 지하 주차장에서 시계를 잃어버리신 분은 이리로 전화 주세요’
전화번호까지 친절하게 쓰인 벽보가 다음 날 K씨네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그리고 지하 벽 세 군데에 붙여졌습니다.

며칠 후, 벽보를 보고 전화를 했던 한 아주머니가 K씨네 집으로 찾아 왔습니다. 딸기 한 바구니를 들고. 돌아가신 부친이 물려준 것을 잃어버려 잠도 못자고 가슴 조였노라면서 그녀가 덧붙인 말이 있었지요.

“아저씨 같은 분이 계시니, 아직은 제가 세상에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문 앞에 교패가 붙었던데, 교회 다니시나 보죠?”

글쎄요, 종교가 없다는 그 아주머니가 언제 예수를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있지요. 그녀는 한 그리스도인의 남다른 행동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는....

‘정치자금 650억 수수, 170억 수수’ ‘천문학적 금액이 신문 지상에 오르내려도 어느 한 사람 책임지지 않는 정치 현실을 보며 문득 ‘나 하나쯤이야’하는 것이 요즘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정직한 그리스도인의 실화 한 토막이 구정물 속에서 건진 보석처럼 제 마음을 더욱 기쁨에 젖게 해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에는 정직에 대한 가르침이 무척 많지요. ‘정직한 자에게는 흑암 중에 빛이 일어나나니(시112:4), 악인의 제사는 여호와께서 미워하셔도 정직한 자의 기도는 그가 기뻐하신다(잠15:8)’ 믿는 자들은 보통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지만 분명 구별된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있는 곳에서는 새 생명으로 향한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지요. 그들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선택하셔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준비해 놓으신 사람들 속의 명품이기 때문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7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