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 속에 나비가 있음을 믿을 수 있게 해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꽃들에게 희망을'의 서문 내용입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됨을 믿음의 대상이라고 한 저자의 의도를 처음에 저는 이해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책을 덮으며 비로소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눈으로 보기에 보잘 것 없고 징그럽기까지 한 애벌레 속의 찬란한 나비! 이 동화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한 애벌레는 단지 나비 됨을 믿고 고치의 고통 속으로 들어간 두 마리의 애벌레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나비로 날아올라 꽃들에게 생명을 낳게 해주는 ‘꽃들의 희망'이 되었지요. 그리고 저자 트리라 폴로스는 말합니다. 작고 초라한 애벌레 속에 감추인 눈부신 나비는 믿음의 눈으로만 찾을 수 있다고.
이천년 전, 가난한 목수의 장남으로 태어나 33년을 살다 신성모독 죄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목수 청년 예수의 비참한 주검! 그 속에서 눈부신 부활의 몸을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의 눈길이 당시 유대 땅에는 없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를 처음 만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열한 제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 그들은 그 말을 이상히 여기며 믿지 않았고 빈 무덤으로 달려 온 베드로조차 기이히 여겼다고만 했지요.(눅24:7-13).
하지만 이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후 “우리의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행2:32),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2:36).”라고 고백합니다. 그 후 베드로를 비롯한 열두 제자들은 세계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다 순교합니다. 그들은 예수의 부활을 직접 목격했고 자신들도 그리 되리라 믿었기 때문에, 거대한 족적을 지구상에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부활은 바로 십자가 위에 있습니다. 십자가의 믿음과 고통, 그 죽음 뒤에 부활의 사건이 있었고, 그 원리를 알았던 예수의 제자들도 십자가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였지요.
3월입니다. 동토를 뚫고 새파란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새싹들이 땅 밑에서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칠 시기입니다. 예수의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내 몫의 믿음으로 살아왔나를 되돌아 봅니다. 나는 꼭 살아남아야 하고, 복을 받아야 하고, 무엇이든 잘 되는 것 등 믿음 없는 능력을, 십자가 없는 영광을 생각하며 부활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러나 성경은 십자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진 후에야 하나님께서 그를 일으키신다는 것을 선포합니다.
고치 속의 고통을 감내하는 애벌레를 보며 언 땅 밑의 새싹의 몸부림을 생각하며 부활의 원리를 감동받는 찬란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