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웃집 여자가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10년 넘게 병수발 들던 시아버지가 작고 하신 지 1년 남짓 된 그녀, 이젠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 하며 신수가 좀 편해 보였는데, 그날의 표정은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억울하다’고 반복해 말하며 그녀는 훌쩍였지요. 승진 서열에서 밀려 퇴출 직전인 남편이 요즘 들어 “당신은 왜 다른 여자들처럼 돈 버는 능력도 없어?” 라며 신경질을 부린다고요. 그래서 그 동안 가족들을 위해 애썼던 그녀의 삶이 갑자기 무가치하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팍팍한 가정 형편 속에 허덕이는 중년 여성들 중엔 위와 비슷한 일로 인해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원인을 UNSW대학 사회과학 연구소 정경자 교수는 “사회에서 경제권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정에서도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로 정의합니다. 그 예로 힘을 가진 남편은 자신의 가치 기준- ‘쓸모 있나?’ 라는 현대사회의 가치 기준-을 적용해 아내를 끊임없이 억압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태초에 계획하신 부부관계는 세상 원리와는 다릅니다. 성경은 말하지요. “남편들아 너희 아내는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유업으로 함께 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 이는 너희 기도가 막히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 즉 아내 사랑은 하나님께 기도응답을 받기 위한 선행 조건이라는 것이지요. 기도란, “원수의 모든 능력을 막을 권세”(눅10:19)이며 특히 남편을 위한 아내의 기도는 남편에겐 복의 근원입니다. 그런데 만일 부부관계가 상처와 분노에 빠져들어 아내의 마음 속에 원망, 용서하지 않는 마음으로 가득 차면 그 깨끗치 않은 마음 탓에 기도는 응답 받지 못합니다. “내가 내 마음에 죄악을 품으면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리라”(시 66:18)
그렇다면 하나님이 정하신 부부관계가 세상 가치 기준들 속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긍휼함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긍휼함은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는, 그리고 예수께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입니다.
남편의 외도 탓에 별거하다 얼마 전 재 결합했다는 한 시인의 홈페이지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엉엉 울며 나무 밑으로 내려왔을까. 오후의 공원엔 아무도 없었다. 맘대로 소리 내어 울면서 언덕을 내려오며 그 눈물의 원천을 알았다. 그것은 나와 그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이제… 그를 용서해야겠다.” 그리고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용서는 상대를 불쌍히 여길 때만 이룰 수 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부부 관계를 위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부부사이에 충만하기를, 그래서 남편의 존중을 받는 아내가 올리는 기도로 복 받는 남편이 가득찬 5월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