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중에서 제게 가장 감동을 준 분은 서 아시아 사막을 질주하며 성지를 찾아 필름에 담는 한 목사님입니다. 그는 죽음의 위협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요르단 오지를 렌터 카 하나에 의지하여 홀로 질주합니다. 그리고 찾아낸 성지에서 기쁨에 넘쳐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지요. 그렇게 필름에 담은 성지 사진전(寫眞展)이 문을 열면, 전시장 벽면 액자들 속에서 지금껏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성서의 땅들은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어 매곤하지요.
얼마 전, 성지 탐사 중 놓쳤던 단 한 곳의 성지를 사진에 담으려고 요르단 사막을 질주하고 왔다는 목사님.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제가 자주하던 질문을 또 했지요. “그러다 다치시면 어쩌시려고요?" 그럴 때마다 하는 그의 대답이 있습니다. "그 생각에 붙잡히면 이 일 못하죠. 현장에서 성지를 찾다 죽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작달막한 키에 온화한 모습을 지닌 그의 속 어디에서 그러한 힘이 솟아나는 것일까요? 그를 이끄는 것은 다름 아닌 열정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펼쳐졌던 성서의 땅을 직접 보여주겠다는, 그래서 하나님의 살아 있는 은혜와 마주치게 하겠다는.
흔히 열정을 일컬어 가슴 벅찬 의욕과 기쁨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래서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키고 적극적이고 끈질기게 하는 힘을 인간에게 부여합니다. 세상 역사 속의 수많은 영웅들을 이끌어갔던 것 또한 이 열정의 힘이었습니다. 그것은 불굴의 의지를 만들며 목표에 도전하게 하는 열정의 속성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든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열정을 가진 사람은 사다리를 생각해내지만 막연한 바람을 가진 사람들은 사다리까지는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성경 속의 열정의 사람 중 하나는 사도 바울입니다. 전도에 대한 바울의 열정은 대단했지요. 그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고 어떤 고통과 괴로움에도 굽히지 않았습니다. 40에 한 대 감하는 매를 다섯 번 맞은 것도, 수많은 고난 앞에서도 전도의 행보를 멈추지 않았던 것도 모두가 영혼에 대한 그의 사랑이 주는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롬8:35). 그의 이런 전도 열정은 십자가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 가슴에서 불타오르며 오늘날 20억 크리스천과 현재 교회의 뿌리가 되었지요.
그런데 아시나요? 열정의 중요 특성 중의 하나엔 전염성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의 열정에 감염된 바울이 세계 전도로 오늘의 기독교를 현실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한 여름의 태양과 같은 열정이 내 속에서 올라오기를, 그것이 생명을 살리는 에너지가 되어 주변을 감염시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