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을 맞는 마음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세계를 떠들썩 하게 한 ‘황우석 박사’ 관련 사건에서부터 동네 시장의 내릴 줄 모르는 장바구니 물가까지 서민들의 마음을 춥고 배고프게 만든 사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마음을 특히 안타깝게 만든 것은 2005년에는 유독 중독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지요.
지난 성탄절 강원랜드 호텔에서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김모 여인이 투신 자살한 것을 비롯해 중소기업 대표가 도박으로 20억여원을 잃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한 게임 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2005년에 7명이나 되었습니다. 이 게임 중독은 즐거워야 할 방학마저 ‘게임 중독의 사각지대’로 변질시켜 학부모들의 마음을 불안케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난폭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중독의 사전적 해석은 ‘통제력을 잃고 어느 한 대상에 빠져드는 현상’인데 그렇게 함으로써 중독자는 평화로움과 행복감을 느껴 현실의 괴로움이나 외로움을 잊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끝이 파멸이라는 것이지요.
흔히 말하길 현대인은 누구나 다소는 중독상태에 빠져 살아간다고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도박과 게임 중독 외에도 알코올, 담배, 섹스 심지어 초코렛 중독까지 그 가지 수도 다양합니다. 그만큼 무엇엔가 빠지지 않고는 지탱할 수 없는 불안한 존재가 현대인들의 자화상인 셈이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중독 중에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봉사 활동으로 남을 도와 주는 일’ 이것이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자신의 작은 힘으로 남을 도우면 도움을 받는 사람이 행복해 하는 것을 통해 내가 기쁨을 얻고 그 행복한 체험에 이끌려 봉사활동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그야말로 ‘아름다운 중독’입니다. 얼마 전 눈 폭탄을 맞은 호남과 충청 지방에 ‘온정의 폭탄’을 쏟아 부었던 구호단체 사람들 또한 이런 아름다운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경우지요.
성경 속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독이 있습니다. ‘성령을 쫓아 행하라...성령님이 지배하는 생활에는 사랑과 기쁨과 평안과 인내와 친절과 선과 신실함과...’(갈5:16-23) 성령에 빠져 살면 그 결과는 진정한 사랑과 희락과 화평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생명력이 있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사도 바울은 이 아름다운 중독으로 인해 평생 2만 킬로의 전도여행을 했고 세계 복음화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12제자들은 성령에 깊숙이 빠진 결과 복음을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천국의 빛나는 면류관의 주인들이 되었습니다.
거짓과 불의의 광풍이 할퀴고 지나간 남루한 한 해의 말미에서도 새해로 향한 희망의 붉은 해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독’으로 통하는 문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8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