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는 내 딸이고 주희는 진아의 친구이다. 언젠가 주희가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이다. 한참을 음악에 맞추어 춤도 추고 요란스럽게 재잘대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한참을 조용하길래 무슨 일인가 뒤돌아 보았더니 주희가 진아에게 신데렐라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너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니? 엄마 말 좀 들어 보렴.”
진아는 신기한 듯 재미있게 듣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를 읽어 달라는 눈빛이 역력하다. 주희는 진아랑 같은 나이인데 벌써 책을 유창하게 읽다니 기특해 보였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잘 들어보니 동화책의 내용이 아니라 자기 상상의 말들을 하고 있었다. 눈치를 챈 진아는 동화책을 거꾸로 들고 이젠 자기가 읽어 주겠단다. 역시 엉터리 스토리였다. 한참을 서로 읽어주겠다고 실랑이다. 진아는 진아대로, 주희는 주희대로 스토리가 있다. 그러나 둘의 것은 진전이 없다. 계속 같은 스토리를 맴돌뿐이다.
“엄마가 너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왜 너는 말을 안듣는 거니?...”
“언니 말대로 물을 가져오렴...”
말도 안되는 둘의 싸움은 주희가 장난감 피아노를 집어들면서 끝이 났다. 옳고 그름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애들싸움인가 보다. 이젠 서로 피아노를 잘친다고 야단들이다. 애들의 싸움에는 정의도 순서도 질서도 없다. 자신의 무지가 그저 정당화될 뿐이다. 애들 싸움에는 분명 어른이 필요하다. 적어도 한번은 신데렐라 동화책을 정확히 읽어주며 바른 길을 제시해 줄 어른이 말이다. 자신의 싸움이 틀렸다는 것을 최소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주님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싸움도 애들 싸움과 같아서 옳고 그름이 없을 때가 너무 많다. 적어도 한번은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옳은 삶인가를 주님을 통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주님은 정의 없는 이 땅에 오셔서 진실로 무엇이 바른 삶인가를 보여 주셨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의인이 없는 이 땅에서 주님은 분명 우리 아버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순종과 사랑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주님은 그 누구도 짊어지기 싫어하는, 대신 짊어질 수도 없는 고난의 십자가를 자원해서 지셨다. 그리고 한없이 억울한 누명을 쓰신 채 무조건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우리들의 채찍을 맞으시며 묵묵히 의의 길을 가셨다. 그 길이 아니면 우린 아무도 구원받을 수 없기에....
아! 한 해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봄이 오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상 유래 없는 거짓과 불신풍조의 바람이 쉴새 없이 불어오고 있다. 주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참된 삶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혹시 아직도 헛된 싸움을 하고 있다면 잠시만 멈추자. 그리고 지금도 구원의 길목 어딘가에서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우리 주님을 만나러 가자.
위 글은 교회신문 <8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