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오는 길목엔 하얀 목련과 개나리와 벚꽃이 있다. 아직은 분명히 쌀쌀한 삼월, 앙상한 가지 위에 꽃망울부터 터트리는 봄꽃들의 성급한 모습에서 비로소 기다렸던 봄이 왔음을 깨닫게 된다.
하얀 목련은 담장 너머로 봄이 오는 그 반가움을 참지 못하고 활짝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래 벌써 봄이 왔나보구나. 온다고 온다고 하던 그 봄이 드디어 찾아 왔구나. 이젠 정말 추운 겨울이 갔나보구나. 그렇게 춥고 힘들었던 겨울은 이제 멀리 가버렸구나.
세상 가운데서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기뻐하는 꽃봉오리들. 그래! 얼마나 기다렸길래 이리도 간절할까. 얼마나 사모했길래 이리도 수줍게 활짝 피어났는가. 얼마나 반가왔길래 잎도 트지 못하고 싹도 자라지 않았는데 꽃망울부터 터트리는가.
진실한 기다림 뒤에는 그리도 진정한 반가움이 있는가보다. 정말 기다린 사랑하던 사람이 찾아왔을 때 신발 신을 여유도 없이 달려 나와서 맞이하듯, 봄이 왔다고 부랴부랴 준비하는 그럴 사이도 없이 반가운 봄을 버선발로 맞이하는 봄의 신부들.
나도 목련 같은, 벚꽃과 같은 그런 기다림을 갖고 싶다.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머뭇거리지도 않으며, 오직 주님 오시는 것만 너무나 사모하며 가장 아름답고 귀한 모습으로 등불 들고 준비했던 성경 속의 신부들처럼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하고 싶다. 그런 열심, 그런 사모함으로 주님 앞에 뛰어나갈 수 있을까.
봄이 우리 앞에 어김없이 오듯이 우리 모두에겐 그 날 그때가 어김없이 올 것이다.
우린 아무도 그 때를 알 수 없지만 우린 모두 각각의 모양으로 주님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부끄러워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부랴부랴 준비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목련과 같이 아주 반갑게 주님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사모하는 신부가 신랑을 맞이하듯 신랑 되시는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는가. 목련과 같이 그 차디찬 겨울 동안에 신랑께 드릴 귀한 꽃을, 우리의 삶 속에서도 그런 귀한 열매를 준비하고 있는가.
봄 내음이 가득해져가는 온 세상 한가운데서 파란 봄 하늘을 바라본다. 봄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 두 팔을 벌리고 서서 겨울 나무처럼 앙상한 나의 삶을 되새겨 본다. 내세울 만한 아름다움이 없는 나의 인생, 이젠 주님앞에 올려드릴 나의 인생의 꽃을 부지런히 바쁘게 준비해야 함을 느낀다.
세상은 이제 겨우 싹을 틔우려 하는데 벌써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이제 세상은 긴 겨울잠에서 겨우 일어나려 하는데 기다림을 더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봄을 맞이하는 봄의 신부들....
아직 쌀쌀한 늦삼월, 어느 집 담장 너머 하얗고 하얀 목련은 봄보다도 먼저 깨어나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위 글은 교회신문 <8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