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태풍에도 도시는 여지없이 물에 잠겼습니다. 슈퍼 컴퓨터로 무장한 최첨단 기상관측 시스템을 믿었지만 ‘무너진 둑, 사망, 실종’ 등 장마 때마다 신문을 장식하는 단어들이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상청은 예상에 빗나간 이 참담한 결과를 ‘나비 효과’로 결론짓습니다.
나비 효과! ‘브라질 아마존 정글의 나비 한 마리가 날개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주에 폭풍이 올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초기의 작은 원인이 결국은 커다란 결과로 증폭될 수 있다’는 카오스 법칙에서 따온 논리입니다. 이번 폭우의 원인도 예기치 않게 발생한 수증기가 태풍에 영향을 준 탓이라고 하니 ‘나비 효과’가 맞는 것 같습니다.
나비 효과는 특히 주식시장 변동에 잘 들어맞습니다. 1969년 미 국방성에사용된 한 프로젝트는 인터넷을 출발시켰고 그것은 마이크로 프로세스의 개발과 개인용 컴퓨터의 발전, 그리고 월드 와이드 맵의 상용화로 이어졌습니다. 1990년 초장기, 미국 경제의 호황, 나스닥 시장의 폭발적인 상승, 이것은 IMF 위기에 빠져 있던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낳았습니다. 반도체와 휴대폰과 같은 첨단 기술제품의 미국 수출호조와 인터넷 중심의 벤처 열풍이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어 경기회복을 촉진시켰기 때문입니다. 미국방성의 프로젝트는 32년 후 세계 자본시장을 뒤흔들게 한 ‘나비의 날갯짓’이었습니다.
성경 속에도 ‘나비효과’는 많습니다. 이집트의 초라한 노예 부부가 파라오의 명령을 어기고 출생 후 세 달 된 아들을 갈대상자에 넣어 강가에 띄워 보낸 사건, 이것이 출애굽의 영웅 모세의 출발인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유대의 한 노예가 로마에 공을 세워 시민권을 얻었을 때 로마 시민권이 그 유대인의 아들 사도 바울의 세계 전도 밑천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개인이나 인류의 역사에서 이루어진 한 결정과 판단은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것은 예측불허의 삶에 대해 속수무책인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무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4:6). 우리 삶 곳곳에서 작용하는 변수, 그것의 방향을 결정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라는 요청이십니다.
이웃을 위해 내가 올린 작은 기도가 훗날 그에게 천국의 문을 여는 거대한 사건으로 증폭될 수 있습니다. 북한 선교를 위한 중보기도가 평양 한복판에서 진실한 교회 종소리가 울리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믿음의 기도는 놀라운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하나님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11:6). 이 때문에 믿는 자들은 위대한 ‘나비효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90호> 기사입니다.